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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킴 Mar 05. 2022

Don't Look Up에 대한 감상

엄청난 설정이 과장같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블랙코미디

방금 영화를 보아 이 엄청난 감정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소감을 작성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그 감상을 마구 휘갈겨 적고 싶어지는 이런 영화는 정말 오랜만인데?


영화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캐릭터는 단연코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했던 Kate였다. Kate가 영화 자체를 시작한다는 점부터 영화가 그녀를 얼마나 중요하게 묘사하고 있는지 보여주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건데, 어쩌면 Kate 캐릭터가 바로 영화가 타겟하려고 하는 주된 관객층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니면 내 스스로 너무 Kate에게 감정이입되어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그녀는 과거 세대가 지시해  올바른 길을 착착 밟고 있는, 교육받은 여성으로 일류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서 빠지지 않는 Michigan State에서 PhD 과정을 밟고 있는, 인생을 야무지게  살고 있는 여자다. 특이한 머리 스타일, 코에  피어싱, 밤에 혼자 야근하며 Wu-Tang 랩을 읊조릴 정도로 올드스쿨 힙합을 들을줄도 아는 개성있는 화끈한 캐릭터다. 극을 진행하며 보여주는 성격에서   있듯이 그녀는 세상에 대한 적절한 책임감과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고, 올바른 일을 위해서 나서고, 옳지 않은 일에 화를   아는 사람이다.  초반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의 Mindy 가진 Xanax(우울증 약) 먹는 부분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그녀도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는 아닌  같다.   모습인데? 엄청난 엘리트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며 일에서 인정도 받고,  나름의 힙스터 감성, 개성과 취향도 있지만, 정신상태는 불안정하고 멘탈도 강한 편은 아니다. 나는 이게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major generation(현재 세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대) 모습이라고 보았다.

 

정말로 흥미로운 부분은 클라이막스로 다달으며 그녀가 변해가는 부분이다. 백악관까지 들어가 대통령에게 열변을 토하며 사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녀는, 결국 도가 지나쳐 영향력 자체를 차단당하는 지경에 다다르고, "fuck it, whatever, I don't care anymore(씨* 다 때려쳐, 이제 나도 신경 안써)"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이에 그녀는 걱정없이 지낼 수 있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되어 부모님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이미 BASH(Facebook이나 Tesla로 상징되는 한 국가의 정부보다 거대한 기업)의 편이 되어 그녀를 거부한다. 그렇게 그녀가 end up 한곳은 바로 마트의 점원. 거기서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자기 얼굴 스티커가 붙은 스케이트보드를 보여주는 반권력 성향의 무리들이 초대하는 자리에 가서, 같이 술을 먹다가 갑작스레 그녀에게 키스하는 무리중 한명과 사귀기에 이르른다. (발리 서퍼랑 연애하던 내 자신이 교차되는 순간...)


이 장면이 나는 너무도 내 상황같아서, 너무도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반권력 무리여서가 아니다. 나는 우수한 교육도 받았고, 괜찮은 회사에 다니며 나와 비슷한, 또는 나보다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교류했으며, 나보다 더욱 대단한, 내가 만나보지는 못했으나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엘리트층, 권력층의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결과는? 내게 너무도 많은 실망과 절망, 혐오와 싫증, 역겨움을 안겨줬다. "엘리트가 되는것이 답이야" 라고 알려주었던 주변의 말들을 듣고 그 길을 가던 내가 그들을 바라보며 배운 것은 엄청난 냉소 뿐이었다.


그렇게 환멸을 느낀 내가 돌아선 곳은 결국 엘리트의 길을 걸을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은, 아니면 아직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나보다 몇년 더 어린 세대들의 길 잃은 어린양들. 상당히 감정적이며 순수한 그들은, 타락한 엘리트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차라리 이런 세상을 모르는 무지하고 순수한 너희들 곁에 있으면 더 안전하다고 느껴. 적어도 나를 속이려고 들려 하진 않을테니까,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할테니까. 그러나 이들도 역시 정신적으로 의존해야 할 곳은 필요하다. 말도 안되는 종교에서 구원을 찾는 Yule역을 보면, 그리고 그것을 beautiful이라고 하는 Kate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엘리트 세계에서 대단한 것을 찾지 못해서 억지로 그런 것을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려고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어, 이것도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 믿음은 순수하다. 순수하니까 그 자체로 옳거나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인정할 수 있어.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알고있다. 이건 그냥 무지에서 나온 맹목이라는 것을. 결국은 이것 또한 애처로운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라는 것을.


왜 우리 세대는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똑똑하고 나쁘거나, 멍청하고 미치거나, 둘중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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