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너의 속도를 믿는다
진로를 한참 고민했던 둘째와 폭풍 같은 2024년 하반기를 보냈다.
대전영재고 2차에서 떨어지고, 그 절망에 힘들어하고 모든 걸 손 놓고 싶어 했던 둘째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과학고 진학 준비를 했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다가 합격을 확인했다.
2025년은 둘째에게 기대와 설렘을 비롯해서 들어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해였다.
합격발표가 나자마자 다양한 설명회와 함께 겨울방학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어떻게 이걸 다 들을 수 있을까 싶었고, 둘째와 함께 설명회를 들으며 시간표를 결정했다.
전적으로 결정권은 둘째에게 있었고, 그걸 그냥 따르기로 했다.
많은 친구들이 5과목 이상 -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 을 수강하는 분위기였다.
그 외에 아마도 손 놓고(?) 있었던 국어와 영어, 그리고 영재고, 과학고에 들어간다면 준비해야 하는 정보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 둘째는 수학과 물리 딱 두 과목만 결정한 뒤, 딱 그 두 과목만 들었다.
여유롭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학기가 시작되었고, 다시 설명회를 들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여타의 엄마들처럼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기숙사 들어가면, 바깥 생활할 수 있는 건 금요일 하교 후와 주말인데, 상식적으로 이 시간을 학원으로 다 채운다는 건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불안해지는 마음에 둘째에게 등록하고 자료라도 받는 건 어떻겠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필요한 과목만 결정해서 이야기했다.
나도 안다. 둘째 성격상 금요일은 끝나면 집에 오고 싶을 거고, 주말모두 학원으로 채운 뒤, 다시 일주일을 시작하면 힘들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의견을 더 이야기할 수 없었다.
개학을 하고, 많은 친구들이 학원 버스를 타고 하교할 때, 둘째는 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학원은 딱 토요일 하루만 가기로 하고, 일요일은 늦잠도 자고, 조금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 새로운 한 주를 또 보내고 금요일 아침 연락이 왔다. 신경 쓰이게 하던 생리가 시작되었다고.
다행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쉬면 되니까. 금요일 하교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쉬게 했다.
토요일 아침, 기상이 살짝 늦어지기도 해서 잠에 취한 둘째에게 온라인으로 수업들을 것을 권했다.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었던 둘째는 오전수업을 잘 들을 수 있었고, 이후 수업도 온라인으로 듣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래도 되냐 묻더니 이내 살짝 좋아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더니,
"엄마,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너무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라고 둘째가 말하길래,
"어차피 이 시간은 수업 끝나고 점심 먹고 오후 수업 시작될 때까지 다른 거 하면서 쉬는 시간이잖아. 괜찮아.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금요일 오후도 원래 숨 돌리기로 했던 시간이고."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가? 라던 둘째가 나에게 하는 말이.
"엄마는 나에게 왜 강요를 하지 않아?"라고 묻는 거다.
"강요??? 무슨 강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가야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쉬라고 하잖아."
"힘드니까. 힘들 때 억지로 공부한다고, 그게 제대로 될 리 없잖아. 온라인으로 수업 듣는 것도 큰 문제 되지 않고, 너는. 그러면 이게 가장 최적이지. 엄마가 억지로 학원가라고 강요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그건 그래. 히히히. 집에 있으니 편하긴 하다. 히히히."
"엄마가 공부하라고 강요했으면 좋겠어? 그냥 두지 말고?"
"아 아니이 이 이이 이. 히히히히히."
난 둘째를 믿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내가 옆에서 해줘야 하는 건 불안해하지 않고, 그냥 믿어주는 게 제일이다.
쉴 때 쉬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그렇게 쉬는 모습을 보고 되려 내가 불안해하면 안 된다.
설령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그 마음을 드러내서 더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저 곁에 있는 엄마로서, 둘째가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걸 응원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보다 더디게 가는 것 같아도 괜찮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
나는 그걸 믿고, 오늘도 조용히 응원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