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의 기록

by 리버티


비가 내린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해 주는 것 같다.


괜히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잘 지내는 척 웃지 않아도 되는 날.


비는 늘 그렇다.

무언가를 씻어내겠다고

큰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남아 있던 마음의 먼지를

조금 낮은 자리로 데려다 놓을 뿐이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엔

생각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감정은 더 또렷해진다.


오늘의 비는

무엇을 지우려는 게 아니라

그냥

“괜찮다”는 말을

대신 건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