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도 유산균이 산다.
지긋지긋한 탈모, 이제는 유산균에 기대해 봐도 될까?
매일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 머리카락과 말이죠.
전 사실 여자도 탈모가 온다는 걸 일찍 알게 되었어요. 중학교 시절 여자 교장 선생님께서 가발을 쓰셨거든요. 30년 전만 해도 여자 대머리는 없다는 게 고정관념이었는데, 당시 봐버렸기 때문에 나도 대머리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늘 끼고 살았습니다.
탈모는 유전이라고 하죠?
저희 친가는 대머리와 백발이 섞여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선 첫째 아들은 대머리고! 둘째 아들은 머리가 허옇고! 셋째는 반 대머리에 반 백발이라며 아들들의 머리를 아쉬워하셨어요. 저희 아빠는 이 중 셋째를 맡고 있어서 아직 머리카락 반이 남아 있고, 그 반의 반은 하얗습니다. 하하
근데, 유전이라는 게 부계유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 외가는 뚜렷한 대머리 유전자입니다.
탈모 그 녀석은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요? 외할아버지는 40대, 외삼촌은 30대, 제 동생과 이종사촌동생들은 20대에 탈모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건 과학기술과 뷰티기술도 급하게 발전해 준 덕분에 이 녀석들의 20대 탈모는 제법 표 안 나게 숨길 수 있었죠.
이렇게 탈모가 일상인 삶을 살다 보니 머리카락이 풍성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비결이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머리카락은 왜 빠질까요?
유전? 호르몬? 스트레스?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엔 두피 미생물도 탈모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공생 미생물과 함께 살아갑니다. 공생 미생물은 우리 피부와 장 등에 거주하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데요, 두피도 피부니까 요기에도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해요.
바로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장내 미생물 중 유해균이 많아지면 장 면역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가볍게는 변비, 설사 등이 시작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우리 몸 전체의 면역 시스템이 파괴된다고 하죠.
피부도 유해균이 많아지면 무좀, 비듬, 가려움 등의 질환이 생기거나 피부 면역 붕괴로 아토피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피에도 미생물은 존재하는데요, 두피도 장처럼 유산균이 많아야 유산균이 분비하는 젖산 등에 의해 두피 pH가 약산성으로 유지되고, 유산균의 항균물질과 유산균이 만드는 약산성 환경에 의해 유해균이 활동하지 못해서 건강한 두피를 지켜준다고 해요.
최근 한국인의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요, 안드로겐 탈모가 있는 사람과 탈모가 없는 사람은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고, 원형 탈모가 있는 사람과 원형 탈모가 없는 사람도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다는 논문이 보고되었습니다.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이 달라지면 탈모가 시작되나 봐요. 중국에서는 사균체(포스트바이오틱스)가 들어있는 샴푸로 두피 건강을 관리하는 논문도 발표되었고요.
아직 우리나라에는 두피 유산균을 구입할 수는 없는데요, 그렇다면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1. 두피 만지지 않기
2. 머리 감은 후 두피 바짝 말리기
3. 두피는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지 않기
저는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는 이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해균이 두피에 정착하지 않도록 손으로 만지지 말고, 황사가 불거나 청소되지 않은 에어컨 바람을 쐬었을 때에는 빨리 머리를 감는 등의 방법으로 두피에 해로운 균이 정착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해요.
더 중요한 것은 머리 감고 잘 말리기.
두피가 잘 마르지 않아 축축하면 다양한 유해균이 쉽게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니 샴푸, 비누는 여러 번 헹구고 타올로 충분히 드라이해준 후, 드라이기로 두피를 바짝 말려야 해요. 축축하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하지만,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면 유산균도 다 죽겠죠? 그래서 뜨거운 바람은 조금씩만 사용하고 찬바람으로 말리는 게 중요합니다.
유산균을 먹어서 장을 관리하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는데, 조만간 유산균으로 두피도 관리하게 될 것 같아요. 처음 피부 유산균이 나왔을 때가 기억나네요. 유산균을 먹어서 아토피 등의 피부염을 어떻게 고친담? 했는데 피부 유산균을 섭취하면 면역과민반응(아토피) 등으로 인한 피부 불편함을 감소시켜 주는 건 이젠 당연한 얘기가 되었죠.
언젠가는 발효물, 발효용해물이 아닌 진짜 두피 유산균으로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을 관리할 때도 올 것 같아요.
장 유산균, 피부 유산균, 두피 유산균.
유산균이 어디까지 우리 삶에 함께하게 될지 기대되네요.
[참고문헌]
Jung, Da-Ryung, et al. "Comparative analysis of scalp and gut microbiome in androgenetic alopecia: A Korean cross-sectional study." Frontiers in Microbiology 13 (2022): 1076242.
Won, Eun Jeong, et al. "A potential predictive role of the scalp microbiome profiling in patients with alopecia areata: Staphylococcus caprae, Corynebacterium, and Cutibacterium species." Microorganisms 10.5 (2022): 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