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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Nov 01. 2015

10월마지막날과 11월 첫날 사이에서

추억

10월31일과 11월1일

이 두날은 내게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니까 1991년 10월 31일

그 날은  내가 첫 임신을 하고 첫 예정일을 10일이나 지나보내던 날. . .


난 내가 한없이 예민한 성격인줄 알았기에

당연히 아이도 내 예정일에 어김없이 나와 줄 줄 알았었고 병원에서 예정일을 넘기겠다는  진단에  울던 기억 .


첫 임신 해 5개월에  난 급작스럽게 아빠를 잃었고, 6개월엔 시조부님의 초상으로 아이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될 곡소리마져 들려줘버린 상황이었던 기억


친정엄마는 아빠를 보내시고 첫 딸의 임신에 혹시나 하는 우려에 긴장을 내려놓지못하시고, 아빠가 가신 슬픔 조차 꿀꺽 삼키고 계셨던 상황,

또 옆지기는 장인 어른 삼오제 뒤에 출장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 .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었지만 . 지나는 말로 장인 덕분인것 같다고 흘리던 말을 난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어쨋든 이런저런 우여 곡절 끝에 예정일을 열흘 넘기고 유도분만을 하러 병원으로 들어가던 10월 30일 ,

난 엄마께 V자를 그리며 여유롭게 들어갔고 ,내 무식함 속엔 그 날 기필코 아이를 낳으리라던

지금 생각함 어처구니없던


그렇게 들어간 분만대기실

지옥이라 해야할지 . 처음 겪는 분만실들의 모든 예비엄마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던 나.

그 유명한 이용씨의 가요 와

간호사들의 사과 깎는 소리와 씹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이

가진통뿐인  저녁 6시를 넘기면서부터의 내겐 참기힘든 소음으로 돌변했던 기억이 . . .


혹시모를 재왕절개의 변수로

난 물 한 모금 조차 넘길 수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용씨의 아름다운 가요가

사과를 씹어 삼키는 간호사들의 소리가

나에겐 끔찍함이었던


지금은 웃어넘길 추억들이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 난 하루를 그렇게 새우고 11월1일 오전 9시 25분에  큰 아이를 순산했더란다


사내아이입니다 축하합니다

소리를 듣는 순간 난 울음이 밀려왔고 큰 소리로 울음을 떠뜨렸다

당황하던 간호사와 의사


그 순간 난 내 첫 태몽을 꾸어주고 가버리신 아빠가 떠올라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25년이 흐른 지금

큰 아이는 돌때는 영락없이 지 애비모습이더니

어느사이 눈매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빼닮아버린 25살의 청년이 되버렸다


내일부터 3일간 동두천에서

카튜사 군종들의 경진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던데. . .


군인인 지금도 자기 시간 관리에 엄격한 독실한 기독청년 으로 자라나 준,

아니 하나님께서 그리 키워주시는


그저 감사한다

난 참 행복한 엄마다


변변치 못한 못난 엄마의 모습을 그 아이에게 유난히도 많이 보인 엄마일 뿐이다


가슴 한 켠이 시리다

그래서 말이다


군복무 중에도 열심히 사진 공모전에 도전한다

이번 현충원 사진전에서도 말이다


사랑한다

소중한 아들아


(이제 엄마의 역할도 끝나가는듯 . . .


아들은  나의 소유물이 절대 아니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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