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기순이인 이유
나에겐 14년차인 늙은 페키니즈종 개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어쩌다 우리 집까지 딱 일 주일만 봐주려던
2002년 8월 쯤이던가 어렴풋한 기억에
그녀가 우리 집에 온 첫 날이었던 듯
누군가 아들만있는 집엔 정서적으로 좋다는 조언을 얼핏, 그렇다고 일부러 개를 키우려던 것은 결코 아니었고
어릴 적 우리집은 작은 주택 이었다
그 당시는 바둑이, 똥개 등등
우리 집 마당에서 새끼들 까지 3대로 이어간 개들도 기억 나긴 하지만
어쩌다 죽으면 앞 개울가에 묻기도 했던 기억,
한 번은 내 동생 6학년때, 난 중학교 2학년 시절
잠시 개를 옆집에 맡겼는데(이유는 기억이 없다)
남동생이 얼마나 울어대던지
아빠의 한마디
남자는 울음이 많아선 안된다는 말씀 후로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우는 일은 금지 됬었지만
그 전까지는 어디서 가져오기만 하면 밤마다 나와 내 동생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였다
서로 끼고 자려고 서로 잠들기를 기다려 동생방으로 살금거려 들어가서 강아지를 살짝 내 방으로, 내가 잠들면 동생이 데려가는
그런 반복이었던 추억
아무튼 어쩌다 2002년 내 품에 들어온 페키니즈 아가씨는 그렇게 우리 집의 없는 딸 아닌 딸이 되버렸고 그래서 이름이 막내뒤의 아가라고 기환이의뒤를 이어 기순이가 되버렸다
딱 두 번 내가 매정하게 정을 띄려던 기억
왜?
급작스런 미국 이사가 결정되고 나서인 2010년
이런저런 생각 끝에 다시 봐 줄 주인이 나타나길
수소문중
참 동물들이 예민하다는걸 깨달은 때
아빠를 그리 무서워하면서도 결정권자인 아빠 옆으로 파고들던
또 한 번은 미국서 일본일지 한국일지 모를 변동이 예견됬을때였다
여하튼 어찌됬든 지금도 기순이 아니 기순옹은 내 옆에 바싹 붙어있다
집에 개가 있는줄 모를만큼 짖지도 않는
어쩜 그녀는 본인이 페르시아 고양이쯤으로 알고 있는지도?
그닥 아이큐가 높지않은 품종인지라 이사를 다니면서도 본인의 볼일을 자리만 정하는 것만도 기특하지만
어느 날부터는 본인의 서열도 아이들을 넘어서 행동하는 깜찍한 딸이다
미국생활에서도 하얀 털을 맘껏 뽐내며
왠만한 등치의 숫컷들에게도 꼿콧이 위상을 뿜어내곤 했다
지금에 잠시 미안한것은 동물이라도 사랑은 해 볼 기회를 주지않은것
지나놓고 생각하니 많이 미안하다
엄마가 아픈건 어찌 아는지
내가 아플 때면 내 옆을 지킨다
말대꾸도 않하지만 맡기고 어디라도 다녀오면 은근히 투덜거린다
미국생활시 그 많은 운전 속에서 삼분의 일은 꼭 옆자리에 동행했던 그녀가 어느 사이 우리 집에서 제일 연장자가 되버렸다
귀국시 디트로이트 공항을 미국인들의
환호성으로 채워버렸던 하와이안패션의 기순이
언제구 계속 내 옆이길 바라지만
그래도 건강하자
내 하나뿐인 딸 기순아
요즈음 백내장은 아니지만 노화가 눈으로 조금씩 진행중인거 빼곤 아직 그 나이엔 매우 건강하다는 의사샘의 진단에 감사하고 안도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몇 년이겠지 하는생각이 스칠때면
내가 먼저 외로워지며 슬퍼지곤 한다
가끔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느낌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