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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을 담다

25년늦가을을만났다

by emily

지난 9월, 나에게 소중한 그녀가 남편을 떠나보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졌던 시간들이라 나로서는 감히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영안실에서 단지 내 머리에 떠올랐던 건 몇십 년 전의 나의 엄마와 내 동생과 내 상황이 지금의 그녀와 하나뿐인 그녀의 아들 상황과 동일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만났던 그녀의 남편은 자상하고 조용한 나무 같은 분이셨다.

자식으로 서 있는 그녀의 아들의 모습이 수십 년 전의 내 동생과 너무나도 같은 나이였고 , 아버지와 작별의 시간도 갖지 못한 슬픔에 잠긴 모습 또한 너무나 나의 그 시간과 같았기에 , 그저 영안실 식당의 상황체크와 오가는 손님들을 살피며 늦은 밤까지 체크해 주는 일로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른 뒤, 혼자서 모든 정리와 수습을 묵묵하고 차분히 해낸 그녀와 동행해서 우리는 남쪽으로 떠났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말없이 늦가을을 만나고 그 늦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그냥 그 가을 안에서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본인이 무능라다고 느끼는 그녀에게 난 말했다.

"네 가 지금 지극히 정상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고, 지금은 그저 묵묵히 서류등 모든 정리를 하고 있는 네가 장하고 기특하다고, "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맑은 하늘과 구름과 단풍과 낙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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