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진 않지만 짭짤한 소금처럼, <로건 럭키>

2018 브런치 무비 패스 #1

by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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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구인지, 어떤 스타일의 영화일지 미리 예상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영화였다는 것을 밝히며 시작한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오션스 일레븐(2001)>, <에린 브로코비치(2000)>, <매직 마이크(2012)>를 감독하고, <케빈에 대하여(2011)> 제작에 참여한 감독이라는 사실도 나중에 안데다, 이 중 <케빈에 대하여>를 제외하고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새로 개봉할 영화 <로건 럭키>에 대해서는 오직 레이싱 카 대회를 배경으로 ‘한 탕을 노리는’ 도둑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휘황찬란한 노란색 포스터를 통해 알 수 있었을 뿐.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찔한 액션씬이나, 카 레이싱 추격전이나,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원한다면 이 영화에 실망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movie_image029ATSIP.jpg 콜리플라워!

이 영화가 ‘그런 영화’가 아니었던 데에는 어딘가 모자란 주인공들이 한몫을 했다. 다리를 절어 광부 노동직에서도 쫓겨나고, 아내와 이혼해서 사랑하는 딸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짠내 나는 남자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과 소년원에 들어갔다 온 기록이 있는데다 전쟁 참전으로 한쪽 팔을 잃어버린 바텐더인 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은, 무슨 일만 꾸미려 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 ‘로건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도둑질을 능숙하게 해내는 전문 도둑(?)도 아닌데다, 그럴 배짱도 없어 보이는 이 형제는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을 탈옥시키면서까지 카 레이싱 대회의 금고를 털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운다.


movie_imagedf.jpg 이렇게까지 멍청해도 되나 싶었던 조 뱅의 동생들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거침없이 질주하여 빵 터뜨리기보다는 영화의 전반부 내내, 그리고 작전이 진행되는 긴박한 순간에서조차 인물 하나하나의 매력에 설득력을 꾹꾹 더해간다. 가진 건 없지만 자존심과 순간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갖춘, 동생 바보 딸 바보 지미의 반전 매력과, 살벌한 외모와는 반대로 예상치 못한 깨알 웃음을 주는 조 뱅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허당끼 넘치는 조 뱅의 두 동생들까지, 이 영화는 심심한 듯 흘러가면서도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미국식 언어유희가 어우러져 웃음 포인트를 만들고, 관객들이 끝까지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만든다. 마치 조 뱅이 나트륨 조절을 위해 들고 다니며 계란에 찍어먹는 가짜 소금(!)처럼, 또 그가 중요한 순간 폭파물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재료처럼(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허접하지만 그 허접함이 매력인 캐릭터들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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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범죄 영화가 으레 그렇듯, 그리고 <로건 럭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로건 형제가 계획한 레이싱 대회 털기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지만 감독이 숨겨둔 마지막 반전은,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위한,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부부터 꾸준히 쌓아왔던 지미의 캐릭터가, 캐릭터답게 결론을 지은 것이라 느껴진다. 그가 거사를 해치우고 헐레벌떡 뛰어가 본 딸의 공연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이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전작들이 어떠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로건 럭키>만을 놓고 봤을 때 이건 아주 신선한 범죄 영화였다.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로건 형제가 어떻게 징크스를 극복하고 ‘로건 럭키’를 이루어냈는지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런 영화.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다니엘 크레이그다. <007> 시리즈의 그 다니엘 말고, <로건 럭키>의 이 다니엘을 상영관에서 꼭 확인하시길.

movie_image0ZQIV3H8.jpg 가짜 소금 꺼내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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