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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Sep 29. 2019

미술을 사다, 미술을 살다

프롤로그


미술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예술 작품을 사고 판다는 개념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아름답고, 새롭고, 세상에 대한 통찰로 가득한 예술 작품에 가격표를 붙여 ‘시장’에서 거래한다니, 예술의 신성함을 해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어렸을 때부터 방문한 미술 관련 기관이 대부분 비영리목적의 국공립 미술관이었던 것도 미술과 시장이라는 개념을 쉽게 연결 짓지 못했던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미술사에 대해 공부할수록, 미술 세계가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미술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냥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고 그 가치에 맞게 판매하고 구입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단 것도.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미술가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에서부터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모던 아트의 가능성을 믿고 작품을 구입하여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컬렉션을 완성한 세르게이 슈킨까지,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수많은 걸작들은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창고 속에서 썩어가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재력 있는 컬렉터들과 미술의 상업적 영역(갤러리나 옥션 등)에 종사하는 모든 전문 직업인들이 충분한 지식과 안목, 그리고 사명을 가져야 함을 느낀다.


메디치 가문
아렌스버그 부부와 마르셀 뒤샹


그렇게 <미술을 사는 사람들>의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미술품 딜러 혹은 아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으며 훗날 나만의 컬렉션을 가진 컬렉터가 되기를 꿈꾸는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해,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 견문을 넓히고 공부하기 위한, 스스로를 위한 글이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길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좋은 컬렉터를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미술관에 들어가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주로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를 파헤쳐 볼 것이다.



미술을 사고 파는 것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는 더욱 특별하고 흥미롭다. 아름답고 새로운 예술, 혹은 의미 있는 예술에 과감히 후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예술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과 안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을 사고(buy), 동시에 미술을 살고(live) 있는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에서부터 이 에세이는 시작된다. 이야기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그때쯤이면 아마 내가 미술을 사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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