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8 엄마가 돌아가시고 동생이 체했다
#가족
동생이 체한 것 같다고 하자말자 핏줄이 이어진 탓인지 일이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냥 소화제를 한 알 더 먹겠다는 그녀석을 내가 생각해도 미친여자처럼 다그쳐 토요일 아침에 문 여는 내과엘 보냈다. 내 걱정을 피하기 위해 큰 병이 생긴걸 작게 포장할 것만 같아 의사에게 동생의 상태를 직접 듣고 싶어 전화를 여러번 했지만, 동생은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밀고 약을 타서 집에 돌아온 후에야 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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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 위염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원인이 불분명하고 처방도 애매해보이는 그것이, 동생의 목부터 소화기관까지를 꽉 조이듯 퉁퉁 붓게하고, 신물을 올라오게 하고, 게다가 두통도 가져왔다. 마음이 몸을 다치게 하는 그런 류의 것들은 나에게는 낯설지만 나와 반대의 성격인 동생에게는 이제야 나타나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증상이었다.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흔한 것. 그렇지만 그날 이후 남겨진 우리 가족에게 대입하면 너무 속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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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동생은 자꾸 어른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주변에 우리의 일을 알리고, 서류를 떼고,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다 눈물을 펑펑 쏟고, 빈자리를 대신해 요리를 하려고 한다. 나는 내 동생이 요리를 할 때마다 화가 난다. 너는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매일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서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 잠잘 시간이 되면 세상 편한 막내딸의 모습으로 컴퓨터로 놀다가 어린애처럼 자고, 어린애처럼 일어나는 하루여야 하는데. 언니와 늘 그렇듯 사이가 좋다가도 서로 투닥대서 며칠간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뒷다마를 같은 식탁에서 다른 시간에 경쟁하듯 해야 하는데. 그러다가도 편의점에 가서 말도 안되는 것들을 사와서 식탁에 늘어놓으며 언제 그랬냐는듯 먹고 놀다가 각자의 방으로 다시 흩어져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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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이제 나와 싸우지도 않고, 게으른 막내로 살고 있지도 않으며, 차려진 밥을 먹으러 억지로 잠에서 깨지도 못한다. 간발의 차이로 그 집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와 달리, 동생은 너무 갑자기 막내딸에서 어른이 되려고 했다. 언니라고 할 수 있는 일은 마켓컬리와, 쓱닷컴과, 쿠팡 그리고 배달의 민족 뿐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편리한 애정인지 스스로 부끄러워 질 때마다 나는 내 동생의 응석을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어느새부턴가 나의 응석을 동생이 받아주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삿일과, 신혼과, 코로나의 답답함이 우리에게 대수였겠는가. 지난 11월 우리는 우리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을 너무도 허무하게, 급작스럽게, 그리고 너무 아프게 잃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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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동생을 곁에 데려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나이들어갈수록 소거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남겨진 것들에 대한 더 큰 애정으로 바뀌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소중한 것들을 그러모아 내게 남은 온기를 가까이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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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뭘까..라고 고민하게 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밝음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삼십년 넘게 품고 살던 밝음은 그날 이후로는 이것이 내 마음에서 나오는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다. 객관적 능력이라 믿었던 것들은 더 많이 가진 이들을 만나면 허무해지고, 나의 에너지는 기분이 태도가 될 때마다 스스로 제동을 걸게 된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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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고 따스한 주말에, 산책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었으니 객관적으로 좋은 주말이었다. 지금 이 슬픈 마음은 단지 기록해놓기 위해 쓴다. 한동안 기록하지 않고 살았다.스스로 감당이 안 되었다. 사실 지금도 한 문장에 숨이 가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물리적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마음으로 해소시켜준다. 회사에서 돈 벌어 먹고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류의 글을 쓰는것으로, 아무데서나 울 수 없으니 이 글을 쓰며 어느정도 울어버리고 눈물샘을 비워놓는것으로 나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뭔가를 흘려보내기로 한다.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