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엠마씨 Oct 02. 2018

반쪽짜리 지방러의 여행생활

[prologue] 지방러의 여행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태어난 것은 서울 한가운데 어느 동네였다. 자란 것도 서울의 어느 동네였고, 첫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했다. 

어린 시절엔 추석에 고향에 가야 한다며 당당히 학교에서 일찍 나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물론, 그게 지방생활을 택하게 된 계기는 아니다. 흔한 소설들처럼 어느 날 빌딩 숲이 갑갑해졌다거나, 숨을 쉴 수가 없었다거나 하는 이유도 아니다. 


그저, "그 일"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마침 일에 대한 내적 갈등이 심하던 시기, 지금의 일로 전직하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을 때 원하던 자리가 지방에 났던 것뿐. 지방 연고라곤 기껏해야 인천이 다였던 내게 모든 사람들이 6개월도 못 버틸 거라고 웃어댔다. 심지어 부모님 마저도.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어, 지금은 벌써 1n년을 맞이하고 있다. 내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씩씩하게.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이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여러 취미 중에서도 단연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카드값을 걱정하며(!) 돌아와 다시 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 여행을 떠나고. 그런 사이클이 계속되며 눈 깜짝할 새에 지금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서울 쪽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내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주 여행을 가? 인천공항까지 와서 가는 거야?"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일도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몇 년 전까지도 그랬다. (답은 물론, 아니다, 다. 장거리나 비행 편 때문에 인천을 이용하긴 해도 잦은 편은 아니다.)


최근에는 가이드북을 거의 구입하지 않지만, 가이드북도 상당 부분 서울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항에 대한 정보도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이-물론 이용객이 훨씬 많겠지만- 중심이 된다. 그래서, 김해공항 확장 이슈가 터졌을 때는 그저 흔한 지역 간의 밥그릇 경쟁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대다수가 관심이 없기도 했을 것이고.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의 정보도 지방 거주자들에 대해서는 알아서 찾아보라는 말은 있지만, 홈페이지에 나온 시간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실제로 어떻게 공항까지 오는지. 비행기가 편한지, 리무진이 좋은지, KTX가 빠른지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들의 패키지여행이나 배낭여행은 미디어에서 떠들썩 하지만, 인구의 4/5가 거주하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외여행을 하게 되는지는 언제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지방러의 여행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라 틀릴지도 모르고, 때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소는 정보성을, 다소는 투덜거림을, 다소는 행복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가급적이면 처음 여행하는 분들을 위해서, 대체로 여행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많이 보게 되는 질문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가급적 지방 거주자의 입장에서. 


문제는, 나 역시도 지방이라곤 하지만 KTX를 탈 수 있는 중형도시에 있고, 국제공항이 2개나 위치한 경상권이라, 정말 교통이 좋지 않은 지역에는 좋은 정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점.  게다가 나는 여전히 부모님이 서울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인천공항에 가는 부담이 더욱 적은 편이긴 하다. 그래서 "반쪽짜리 지방러"란 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서울에서 살았음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족함이 많은 이야기들이겠지만, 처음 여행을 떠나며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