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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Dec 25. 2020

Ep.12 외국인과의 데이트 컬처쇼크




내가 이사한 하우스 메이트들과도 조금 더 친해졌고 그쯔음하여 대만인 친구로부터 새로운 호주 친구를 소개받았다. 이 친구 역시 아시안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여러 중국인, 대만인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이 친구와 같이 하우스를 셰어 하던 친구 역시 호주인이었는데, 어느 날은 다 같이 모여서 놀자고 나에게 제안을 했다. 기꺼이 수락하여 그의 집에 놀러 갔었다. 이 친구의 다른 하우스 메이트를 그 날 처음 만났는데 첫인상으론 딱히 별 특징이 없었다. 하나 이 친구는 나에게 은근히 관심을 표했다. 다 함께 저녁 식사와 술 한잔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인 게 아닌가?


그 후로도 몇 번 더 다 같이 만나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함께 했고 이때 Sunnybank 근처를 많이 돌아다니며 다양한 아시안 식당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아시안 친구를 처음 만나는 거라고 했지만 예상보다 다른 문화를 꽤 잘 받아들였고,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다. 그러다 드디어 둘 만의 첫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순조 로울리가 없었다. 


어느 화창한 날, 브리즈번 근교로 차를 몰아 드라이브를 했다. 지나가다 보이는 호주스러운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후 그가 계산을 하였다. 그런 다음 또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하염없이 대화를 하다 보니 금방 출출해져 버렸다. 우리는 주변 Gas Petrol(주유소와 편의점이 같이 있는 형태)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껴안고 기름값과 같이 계산하려던 참이었다. 아까 전에 그가 식사를 계산하였기에 이번엔 내 차례다! 싶어서 돈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잘못 계산해서 준 건가 싶어서 돈과 그의 눈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 Here you are.’ (여기 있어.)

‘ No.. No it’s fine. you don’t have to. I can pay them. ‘(아.. 아니야. 괜찮아. 그럴 필요 없는데. 내가 낼께.) 

‘ No, no. I’ll pay it! ‘ (아니야, 아니야! 내가 낼께!)

‘ No. Really. It’s okay. I’ll pay them. ‘ (아니. 진짜로. 괜찮아. 내가 낼께.) 


계속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는 걸 보았다. 결국엔 그가 지불했고 그 이후 그의 심기가 썩 편해 보이진 않았다. 묻고 싶었지만 괜히 언쟁이라도 할까 싶어 일단 가만히 있었다. 결국 나중에 그가 이야기했다. 


‘ 첫 데이트에서는 보통 남자가 내는 편이야. 네가 돈을 낸다 하길래 의아했어. 문화가 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그렇게 낸다고 주장하면 남자 쪽에서는 자신을 무시하거나 또는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고 보통 생각해. 나 역시 오늘 그런 느낌을 받았기에 기분이 조금 좋지는 않았어. 불편하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 ‘



뭐? 충격에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한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식사비를 내면, 여자는 커피.(반대라 하더라도!) 기브 앤 테이크가 첫 데이트의 문화 아니던가? 나의 무의식적인, 관습적인 행동이 그에겐 되려 생소하고 이해할 수 없고 무시하는 태도였다는 것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뭐, 결국엔 아쉽게도 그와의 인연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뜻깊은 교훈을 남겨준 한 사람으로서 고마웠다. 


우물 안에 개구리 같았던 나에게 다른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내어준 사람이었다. 그와의 데이트로 인하여 굉장한 컬처쇼크를 받긴 했지만, 이후로 나는 새로운 문화에 나의 마음 다른 한편을 내어 줄 준비가 되었었다. 데이트 이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저 한 사람이 다른 나라의 문화에 들어가 그들과 직접 부딪히며 스며드는 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감동적인지, 또 얼마나 노력을 해야 온전히 몸으로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생각보다 대단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것이며 감정과 에너지, 나의 또 다른 인생을 그 속에 던져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했다. 하물며 우리와는 정반대 서양권 나라에 먹고살기 위해 왔다면 말이다. 그의 말을 교훈 삼아 이후로는 데이트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호주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 나는 최대한 많이 배우고 접하고 익히려 굉장히 노력했다. 영어든 문화든 친구든 여기서 사는 동안 최대한 전부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 라는 야심 찬 나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어리고도 빛났던 20대는 그렇게 홀로 다른 문화의 바다에 깊이 잠기려 부단히 노력했던 순간들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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