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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Apr 30. 2020

외국계 인사팀에서 일한다는 것

쓰리닷(Three Dots) 첫 번째 이야기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연설 기억하시죠? 우리가 인생에서 목적 없이 한 선택들이 이어져서 현재를 만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교 때 들었던 타이포그래피 수업이 디자인 감각을 만들어 매킨토시를 탄생시킨 예처럼 말이죠.  


이 점들은 선택의 순간에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모릅니다. 한 점 한 점 모아져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죠. 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 평범한 우리들도 사실 모두 이 Dots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을 만든 세 개의 선택,

쓰리닷(Three Dots) 연재를 시작합니다.

30대 초반의 여성들을 위주로 인터뷰를 해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래서 가장 흥미로운 쓰리닷을 공유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외국계 회사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아(Mia)를 만났습니다.  





첫 번째 손님, 미아(Mia)의 이야기


1.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외국계 회사 인사팀 4년 차 미아(mia)입니다. 총 업무 경력은 7년입니다.


2. 당신의 쓰리닷을 알려주세요.

저의 쓰리닷은 미국 오페어 프로그램, 대만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노무사 공부입니다.



3. 흥미롭네요. 쓰리닷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캘리포니아에서의 오페어 생활.
자존감 회복의 시간들.


미국 오페어

대학교 재학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이라고 생각할 만큼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내세울만한 장점도 없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시기였죠. 캘리포니아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그때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고, 그때 배운 영어가 외국계에서 커리어를 쌓는 기본 베이스가 되었습니다.


*오페어 프로그램이란?

오페어(Au Pair)란 프랑스어로 '동등하다'는 의미의 표현에서 유래했습니다. 청년 여성이 호스트 가정의 아동을 보육하고 숙식과 언어 등의 수업비를 제공받는 프로그램입니다. 미아(mia)는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을 선택해서 오페어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별다른 비용 없이 1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며 영어실력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대만에서 맞은 두번째 터닝포인트.


대만 워킹홀리데이

외국 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급이 높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대만에서의 생활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소통하는 부분들을 많이 극복할 수 있었어요. 또 저 같은 경우는 1년 간의 대만 생활 덕분에 대만계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어요. 제가 원했던 HR직무로요.



업무와 병행하며 따낸 노무사 1차 합격, 독하게 공부했어요.


노무사 공부

인사직무 관련해서는 자격증이 딱히 없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실무에서 배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죠. 그래서 노무사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근로기준법이나 고평법 같은 실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법령들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되어 인사직무의 기본이 탄탄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노무사 공부는 아무 목적 없이 선택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선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쓰리닷 중 하나로 선택했습니다.



4. 거쳐갔던 회사가 총 3곳이신데, 이직을 했던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첫 번째 회사: 인사직무를 하고 싶었지만, 신입 자리에는 티오도 별로 없으니 아쉬운 대로 해외영업팀에 취업을 했어요. 죽을 만큼 힘들진 않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으니 그냥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했어요. 마침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됐고, 타이밍에 맞춰 퇴사하였습니다.


두 번째 회사: 미국에서의 생활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학업에만 몰두할 수 없었다는 거였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갔으니 모아놓은 돈이 없었고, 돈이 없으니 일을 해야만 했거든요. 돈을 버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그냥 외국에서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해서 생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2년 반 정도의 회사 생활 동안 모은 돈으로 학자금을 다 갚고, 남은 돈으로 대만에 가기 위해 퇴사를 하였습니다.


세 번째 회사: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특히 인사직무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인데 사람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늦기 전에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5. 20대 초반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대 때는 일단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서 경력을 쌓고 열심히 공부하면 점점 더 높은 자리(대기업)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물론 실제로 그런 분들도 없지 않죠. 그런데 사실 그런 루트로 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내가 가고 싶은 높은 자리는 그것보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차지하니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밑바닥에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보다 이미 좋은 회사에서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위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시작은 내 능력으로 갈 수 있는 최대한 높은 곳에서 해야 한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6.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선택이 있으신가요?

전공을 공대 쪽으로 선택하고 싶어요. 기술을 가지고 커리어를 쌓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아무 기술도 없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는, 기술도 있는데 영어를 잘한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공대분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이에요. 나중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한다고 해도 기술이 있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고요.


7. 10년 뒤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계세요?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사 쪽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방황의 시간들을 통해 가장 적성에 맞는 분야라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어쩌면 노무사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내 사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거창하게 어떤 게 되어 있을 거다라는 것보다는 꾸준히 경제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목표예요.


8. 외국계 회사는 본사는 크더라도, 한국 지사는 비교적 작은 경우가 많잖아요, 외국계 회사의 인사팀의 직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외국계 회사의 장점이자 단점은 외국어예요. 본사와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외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죠. 외국어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국어도 느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매일 비슷한 말만 반복해서 사용하니,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존 레벨의 유지도 어려워요. 외국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정도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컬의 상황에 맞지 않는 본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든가, 작은 일도 본사의 승인 받아야 해서 일이 빠르게 처리되지 못하는 단점도 있어요. 인사직무의 경우는 한국 법령이나 4 보험제도, 퇴직금 등과 같은 체계를 본사 인원에게 이해시키기도 어렵죠. 예를 들어 저희 회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한 금융기관에 퇴직금을 적립하고 있는데요. 대만 본사에서  금융기관을 어떻게 믿고 퇴직금을 적립하냐고 묻더라고요. 설명도 필요 없는 너무 당연한 일을 근거를 대가며 설명해야 하니  난감하더라고요.


9. 경력 이직 면접을 여러 번 보셨을 텐데, 경력 이직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또는 면접을 보시면서 느낀 한계점이 있으실까요?

경력 같은 경우는 신입과는 조금 달라요. 신입이 일에 대한 열정이나 자세, 회사에 대한 관심도 등과 같은 조금 추상적인 잣대로 평가된다면, 경력은 정말 그동안 한 일이 우리가 필요한 포지션에 적합한가 등 좀 더 구체적인 기준으로 평가받게 되죠. 내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회사에서 필요한 직무경험이 없으면 합격할 수 없어요. 내가 급여나 노무분야에서 특출 난 능력이나 경험이 있어도,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채용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면 합격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항상 물 경력을 경계하고, 확실하게 내 분야를 갖고 일하는 게 중요해요.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문제지만요.


10. 인사팀으로서 커리어상 취업하면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요?

우선은 회사의 인원이 어느 정도 되는지,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가 기본적으로 중요해요. 어느 정도 규모에서 일을 해봤구나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척도이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근로시간이라든가, 근무환경, 노동자의 인권 등에 대한 이슈가 많아졌기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ER(Employee Relations, 노무) 분야에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또 사내 문화나 교육 등에 관심이 많은 회사라면 HR 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나 업무의 범위도 넓다는 얘기일 테니 커리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진솔한 쓰리닷 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아(Mia)의 쓰리닷 이야기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쓰리닷(Three Dots)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마지막 점은 어떤 점으로 이어지게 될까요?  


쓰리닷 이야기는 계속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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