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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Jun 27. 2019

우리 얘기 좀 하자 (feat. 친정엄마)

뒷골이 서늘해지는 그 한마디 ㅡ

이따 애들 잠들면 우리 얘기 좀 하자


친정 엄마와의 합가 4개월만에 참고 참고 또 참다 결국, 참지 못한 엄마의 말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얘기 좀 하자"라는 말을 두려워한다.

상대방이 어떤 주제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어떤 감정으로 그 문장을 꺼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냥 그 말이 무섭고, 두렵고, 다소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아니, 사실은 누구나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그 공포를 받아들이는 걸지도 모른다. 

'아, 그 얘기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직장 9년차 워킹맘의 두번째 육아휴직이었고, 이미 한번의 롤러코스터급 산후우울증을 겪은 터라 이번은 괜찮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이미 결혼한 출가외인이었지만 다시 캥거루족이 되어 엄마와 나는 서로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엄마가 먼저 내민 말이었다. 


거의 한시간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 말이 가지고 올 파장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가족'이기에 서로의 말이 무엇보다 더 날카로운 상처가 될 수 있고, '핏줄'이기에 그 상처를 같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리라 ㅡ 


그 날, 엄마의 근래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곪디 곪은 아주 옛적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나이기에 그동안 쌓인, 말하지 못한 감정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거의 20년을 역행한 것이었다. 이 얼마나 뒤끝작렬인 태세인가


하지만, 그건 내가 그만큼 나의 마음과 감정을 돌보지 않았다는 뜻이었고, 그 날 엄마와의 대화로 우리의 많은 갈등과 오해가 단박에 풀린 것은 아니지만, 물꼬는 튼 샘이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서 부모 밑에서 강제적으로(?) 합가를 하게 되지만, 다 큰 어른이 부모와 재합가를 하는 것은 '우리 얘기 좀 하자'의 문장이 가져다 주는 무시무시함, 떨림, 긴장 그 자체였다. 어쨌거나 엄마의 한마디는 합가 생활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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