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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워킹맘 손엠마 Oct 19. 2019

복직 두 달, 워킹맘의 아이들이 되어간다.

엄마 자식하기 힘들지 ㅡ

둘째를 낳고 복직한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 8시 출근, 5시 퇴근을 칼같이 지키리라던 나의 굳은 의지는 안드로메다 어디쯤으로 날아가버렸고, 7시 퇴근도 겨우겨우 어찌어찌 근근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에도 나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는 첫째 아이를 보며 '그래, 엄마 자식하기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어 복직을 하는 나의 시선이 아닌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의 시선을 담아보고 싶었다. 나의 복직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 /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없어도 울지 않는다


복직을 시작한 첫 주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5시반에서 6시쯤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시작했는데 두 아이 모두 귀신같이 일어나서 친절하게도 나의 출근을 맞이해준 것이다. 보통 8시는 넘어야 일어나던 아이들이 새벽 6시에 일주일 내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출근 시간을 미뤄야하나 남편과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하루의 시작을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 글쓰기 또는 독서에 몰입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다면 삶이 참으로 퍽퍽할 것 같았다. 


첫 주이기에 아이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을 주자고 남편과 이야기한 후, 일주일에서 며칠이 더 지났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7시를 넘기기 시작했고 내가 방을 나가도 깨지 않았다. 적응력 갑인 첫째 역시 지금은 8시 반에 되서 할머니가 몸을 흔들고 일어나라고 사정사정을 해야 일어나는 지경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나처럼 '엄마 출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마음이 너무 급해서 그걸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 / 할머니 말씀을 잘 듣는다 


적응력도 눈치도 엄청 빠른 첫째를 우리부부는 '기회주의자'라고 부른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엄청난 처세술을 발휘하며 나름의 생존 스킬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집에 있을 때만 해도 첫째는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가 최고야'라고 자주 얘기해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엄마가 없고 하루를 온전히 할머니와 동생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할머니방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난 할머니가 제일 좋아'

회사 생활하면 줄타기는 끝발 날리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그의 처세술을 리스펙한다. 


3 /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잠을 늦게 잔다


복직을 하고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 이것이었다. 퇴근하고 대충 저녁을 부랴부랴 먹고 씻기고 아이들 방에서 조금 놀고 나면 금새 10시가 넘는다. 잠을 잘 시간인데 아직 엄마와 놀고 싶은 에너지를 다 쏟아내지 못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불이 다 꺼진 방안에서도 장난을 치는 것이다. 엄마랑 얼마나 놀고 싶으면, 엄마 충전을 얼마나 하고 싶으면 저럴까 안쓰러우면서도 깊게 잠드는 시간이 곧 아이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깊은 분노가 차오른다.    


하루에 몇 시간 보지도 못하는 엄마인데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화를 내는 것이 싫어 결국 참고 참고 참고 참았다가 폭발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에게 더 화가 나서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고, 결국 피로가 더 누적되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곤 했다.    




점점 늦어지는 수면시간을 당겨보기 위해 지금은 무조건 10시 10분이 되면 핸드폰 알림을 맞춰 자야하는 시간임을 알리고, 잠드는 시간을 기록해두고 있다. 확실히 알람을 설정하고 나니, 나에게도 일종의 데드라인이 생겨서 무조건 그 전까지 목욕, 양치질, 영양제 복용 등의 모든 일들을 마무리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행동하게 되었다. 일주일간 이런 사이클로 해보니 첫날 11시반에서 최근 10시 45분까지 아이의 잠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긴 하다. 


엄마를 볼 수 있긴 시간을 줄였으니, 이제 다음은 나의 귀가 시간을 당겨야 할 차례인데....

음, 일단 커피를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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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emma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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