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분노'라는 정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분노’라는 정서를 공부하며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감정이 바로 분노라는 사실이었다. 그전에 나는 분노란 매우 부정적인 감정이며 피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노는 우리가 역사 시간 때 배우는 여러 혁명과 불평등에 맞선 시민운동,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 환경 캠페인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줄 수 있다. 물론 분노를 무분별하게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분노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을 이끌고 성공한 미국의 민권운동가 로사 파크스처럼 말이다.
나는 며칠 전에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907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런 대규모 행진은 처음이라 설레고 기대됐지만, 아직 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서울을 걸어야 하니,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기후정의 행진은 기후 재난의 시대에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진이다. 사실 나는 기후정의 행진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행진에 참여했다. 그곳에선 나와는 다른, 세상을 다양한 방면으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연설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며 행진했다. 나는 이 행진을 단순히 기후 재난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하는 노력과, 정부가 해야 하는 노력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진은, 우리가 외치며 걸었던 그 거리보다 더 간절했고 정의로웠으며, 놀라웠다. 단순한 ‘기후 위기’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 초래하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맞선 것이었다. 난 기후 재난과 불평등이 이렇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이런 면에서 문외한인 나는 이것들의 시초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분노가 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언급했듯이, 분노를 무작정 표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분노는 상황에 따라 다스려야겠지만, 분노를 무조건 ‘불쾌한 것’, ‘나쁜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분노를 활용하면 나와 우리, 사회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분노는 불필요하고 방해되는 감정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무언가를 바꾸도록 도와주는 감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