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가성비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취향은 가격을 가리지 않고, 가성비는 디자인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물건이 무조건 예쁜 것도 아니다. 저렴한 건 저렴한 대로, 비싸면 비싼 대로 물욕을 자극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예뻐서 오래도록 만족스러운 물건이 있는가 하면, 미감이 맞지 않아 내내 마음이 가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예쁘다'는 감각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라 금세 변한다는 맹점이 있다. 살 때는 분명 너무 예뻐서 샀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들여다보면 도대체 왜 샀는지 과거의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시각적인 선호가 질과 실용성, 가성비와 모두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매일 쏟아지는 신상품 사이에서 나만의 현명한 기준을 정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했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진 건 가성비의 벽이었다. 생활용품 영역에서 소비 단가가 확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10개 묶음에 만 원 남짓하던 플라스틱 칫솔 대신, 1개에 2~3천 원 하는 대나무 칫솔을 선택했다. 물티슈를 끊는 대신 면으로 된 소창 행주와 손수건을 구매했다. 유기농 채소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지만, 난각 번호 2번 달걀이나 국내산 견과류는 확실히 가격이 두 배였다. 액상 샴푸 대신 작은 샴푸바를 샀는데, 비누가 자꾸 무르는 탓에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기도 했다.
내가 너무 값비싼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도 있으니 이제 그럴 때도 되었다고 합리화를 해보기도 했다. 하수구에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아크릴 수세미보다 천연 수세미가 환경에 훨씬 이롭기에 당연한 선택이라 믿었지만, 늘어가는 생활비가 부담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티셔츠 한 벌을 살 때도 유기농 면 소재를 찾으니 선택지도 좁고 가격도 비쌌다. 하필 일상에서 자주 쓰는 필수품들이라 구매가 매번 망설여졌고,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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