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있게 하라. 재활용의 방법들

by 흔적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선택지 때문에 정작 내게 필요 없는 것까지 구매하게 되는 시대를 살며 많은 것들을 사용하고 버렸다. 어느 순간 나는 그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고 느껴졌다. ‘버리는 행위’도 편의라는 범주 안에 넣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집 안에 자꾸만 쓰레기가 쌓이는 것도, 종류별로 쓰레기를 분류하는 것도,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분리수거장까지 가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있다면, 나의 편의를 위해 쓰레기를 덜어내는 것도 있어야 삶의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덜 사는 와중에도 쓰레기는 쌓인다. 그리고 그중엔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많다. 과일을 담았던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물건을 사면 따라오는 종이 상자 포장재, 음료를 담았던 용기의 병뚜껑, 다 지난 달력 등등. 가만히 들여다보면 쓸모가 있는 것들도 꽤 있는데 매일같이 쓰레기가 쌓이고 넘쳐나니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 했던 것들이다. 아니, 오히려 조금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세련된 감성도 디자인도 없으니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원을 아껴서 잘 활용하는 게 궁상맞은 것이라 생각한, 허세 가득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튼튼하고 예쁜 와인 상자와 신발 상자는 수납함으로 사용했고,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엔 크레용이나 색종이 등 아이의 자질구레한 미술용품을 담았다. 내용물이 훤히 보이니 아이도 스스로 물건을 찾기 쉬워 효율적이었다. 날짜가 지난 달력의 뒷면은 아이가 마음껏 그림을 그리는 스케치북으로 변신했고, 종이 상자를 잘라 영어 낱말 카드를 만들었다. 입던 티셔츠는 가위로 잘라 기다란 실을 만들어 고양이 장난감을 엮었다. 병뚜껑은 최고의 비누 받침대가 되었고, 아이가 신던 양말은 의자 다리 커버가 되었다. 재활용은 하면 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 헌 옷을 활용해 현수막을 만들고 북 커버도 만들었다. 신혼집에서 썼던 세탁실 커튼을 잘라 주방 선반 가리개로 만들었다. 평소 주방에서 일회용 키친타월을 쓰지 않는데, 기름 요리를 한 후 프라이팬을 설거지할 때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럴 때 원두 찌꺼기를 넣고 약불에 살살 볶아주면, 커피 가루가 기름을 흡수해 주어 뒷정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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