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용기는 필요하지 않아

by 흔적


‘용기내 챌린지’를 하려면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음식을 담는 밀폐용기이고, 두 번째는 일회용품을 거절할 수 있는 마음의 용기다. 2020년 4월 환경 단체 ‘그린피스’에서 시작한 이 챌린지는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실천 사례로 sns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배달 음식과 일회용기 대신 용기를 내민 인증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sns에서 ‘용기내 챌린지’를 검색해 보면, 각양각색의 용기와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볼 수 있다. 텀블러에 담긴 붕어빵, 실리콘 용기에 담은 김밥, 밀폐용기를 뒤집어 케이크를 담은 모습, 시장에서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쓰는 모습까지 각자의 아이디어와 즐거운 시도가 가득하다.


나 역시 처음 용기를 냈던 떨리는 순간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음식점에 미리 전화를 하고 어떤 크기의 그릇을 가져가야 할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만반의 준비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미리 소분해 포장해놓은 밑반찬이 많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어떤 식당에서는 용기를 내밀었더니 기존에 사용하던 일회용기와 내가 가져간 용기의 크기가 달라 양을 얼마나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직원의 모습을 보았다. 또 다른 어떤 날엔 용기에 담아달라는 말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용기 안에 비닐 포장재가 담겨있는 경우도 있었다. 음료를 주문할 때 빨대는 빼달라고 미리 말했음에도 직원이 깜빡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받게 된 적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실패보다는 성공이 더 많았다. 매일 가던 단골 김밥집에서는 용기에 담아달라고 하고 담아주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시장에서는 비닐 대신 장바구니에 담아달라고 했더니 할머니들께서 잘 한다며 채소를 덤으로 더 주시기도 했다. 계속하다 보니 노하우도 점점 쌓였다. 차 트렁크엔 항상 커다란 스테인리스 밀폐용기 두어 개를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아주 유용하다. 저녁 차리기 싫은 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와 튀김을 용기에 담아 간 적도 있고, 여행에서 유명한 찐빵을 용기에 가득 담아 샀던 적도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쓰레기 하나 없이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미세 플라스틱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해보기 전엔 느낄 수 없는 작은 성취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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