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인 Nov 05. 2023

[회고록] 여배우의 수술장 견학

의학드라마 준비를 위해 수술장에 연예인이 등장했다

전공의 2년차였나 3년차였나 그때 재미난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 외과 수술장에 연예인이 온 것이다!


"야 오늘 여배우 ㅇㅇㅇ가 온대! 곧 무슨 드라마 찍나 봐?"


"우리 병원에서 드라마를 찍는 건 아니고?"


"그건 아니고 그냥 수술장 견학이래. 참고하려나 봐."


수술장은 평소처럼 바쁘게 돌아갔다. 그때 고작 전공의 2-3년차였던지라 그녀의 견학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 짜인 것인지는 몰랐다. 치프 선생님과 남자 펠로우 선생님들이 앞다퉈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췌장 절제술을 하고 있던 수술방에 들었다.


수술하고 계신 교수님은 애써 신경 쓰지 않는 척하셨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보였다. 훨씬 부드러워진 그의 눈빛과 평소와 다른 흐뭇한 그의 표정을... 그 수술방에 있던 치프와 간호사들은 생각했다,


'아. 이 수술 중엔 그래도 뭐라 하시지 않으시겠군.'


교수님이 수술을 마치고 나가시자 간담췌외과 펠로우 선생님이 배를 닫기 시작했다. 펠로우샘은 괜히 여배우님에게 말을 걸며 농담을 하고 친해지려고 하셨다. '참 애쓴다...'라고 수술방에 있던 나머지가 생각했다.


수술이 끝나고 밝게 웃으면서 여배우가 말했다.


"수술실 안은 긴장감이 가득하고 분위기가 안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편안하고 유쾌하네요!"


"음... 사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보통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아무래도 긴장이 좀 되고, 그들이 나가고 나서 펠로우 선생님들과 마무리를 할 때는 분위기가 좋죠. 젊은 교수님들은 아무래도 더 편해서 수술하는 내내 분위기가 좋고... 뭐, 사실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죠."


"수술이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면 편안하죠." 옆에 치프선생님이 덧붙이셨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수술이 어려워져서 피가 많이 나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 좋아지죠."


"그렇군요." 여배우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옆 수술방으로 옮겼고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야!!! 똑바로 안 잡아?? 피나잖아!" 옆방에서 수술하고 계신 교수님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안 좋은 상황에선 여배우고 뭐고 성격 나오는 거다.




나중에 듣기로는 해당 드라마는 의학분야도 있었지만 퇴마술도 함께하는 독특한 드라마였다. 저번에 의학드라마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비해서 요즘 훨씬 고증이 잘 되는 편이다. 이렇게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좀 더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의료인들을 인터뷰하고 직접 현장체험도 하는 노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