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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경 Dec 28. 2023

취향의 발견

하루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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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부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을 가진 카페에 왔습니다. 창가 자리가 특히 인기 있는 곳이고, 다른 자리에도 앉기 힘든 곳이라 큰 기대 안하고 왔는데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남아있더라고요. 급히 가방을 놓고 주문을 하러 가는데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나가려는게 딱 보였습니다.  급하게 가방을 가지고 가는데, 이미 그 자리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커피를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급하게 원래 자리에 가방을 놓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 자리가 좋지 않은 이유’를 찾고 있더라고요. 차분히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보니 이 자리도 꽤 좋네요. 창과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멀리서 보는 것도 꽤 멋있고요. 카페 내부 또한 풍경으로 눈에 들어오니 멋있는 겁니다. 오히려 창가 자리보다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요. 


   저는 꽤 남들의 의견에 잘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걸 몇 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는데요. 그것이 타고난 것인지 혹은 너무 오랜 시간 길들여서인지 제 좋은 것을 먼저 생각하려 해도 익숙해지지는 않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곧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곧바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은 좀 생긴 듯합니다. 어쩌면 올 한 해 제일 기쁘게 여길만한 수확인 이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뭔가를 좋아하는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남들의 선호가 아닌 나의 선호를 발견하는 것, 그런 것들이 제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어왔거든요. 믿는 것과 행하는 일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이고, 그 간극 때문에 자괴감도 참 많이 들었는데요. 이렇게 조금씩 간극이 좁히면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보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제 취향이 보다 폭넓게 발견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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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글 12월 28일 letter




2023년 12월 한 달 글 중에서 12월 28일에 쓴 에세이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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