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일글

내 몸만 한 얼음만 남았다

2026. 2. 21 하루일글

by 강민경


내 몸만 한 얼음을 주먹으로 조각내다가

얼음 파편에 얼굴이 베였다

얼굴은 내 마음과 같아서

얼음 파편은 내 마음도 베었다

내 마음은 그간 살아내온 시간과 같아서

얼음 파편은 내 과거도 조각내었다

녹여 잘 흘려보내려 했는데

배신처럼 나에게 튀어든 투명한 조각에

내 피와 내 얼굴과 내 마음과 내 시간이 비친다

어쩐지 보지 말아야 할 걸 본듯해 버리려 하는데

이미 녹아있다 내 스스로 버리지도 못하고

베이기만 하고 부끄럽게 속을 들켰다

얼음 파편이 떨어져 나가고

내 몸만 한 얼음만 남았다


202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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