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여행지, 제주
한국은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지만,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꼽으라면 11월과 12월 초를 빼놓기 어렵다. 무더위는 완전히 물러났고, 공기는 차분해졌다. 풍경은 과하지 않게 깊어지고, 여행자의 동선도 한결 느려진다.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한 박자 늦다. 수온은 아직 남아 있고, 바람은 차갑지만 견딜 만하다. 덕분에 액티비티와 산책, 드라이브까지 균형 잡힌 여행이 가능해진다.
산과 바다, 승마, 올레길. 제주는 언제나 선택지가 많지만, 이 시기에는 굳이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뉘고, 다시 동서남북으로 성격이 갈린다. 북쪽에는 공항과 이호테우해변이 있고, 서쪽으로는 애월과 협재가 이어진다. 남쪽은 중문과 서귀포, 동쪽은 성산 일대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섬이지만, 한 번에 다 보려 하면 늘 놓치게 된다.
처음 제주 일주를 시도했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동했다. 그때마다 아쉬움이 쌓였다. 그래서 이제는 한두 지역에 머무는 여행을 한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11월과 12월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에는 한라산과 승마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제주도는 크게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뉘고, 다시 동서남북으로 나눌 수 있다. 서쪽에는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 남쪽에는 다이빙과 서핑의 중심지인 중문과 서귀포, 동쪽에는 잔잔한 바다와 노을이 아름다운 협재와 애월, 북쪽에는 공항과 이호테우해변이 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섬이지만 제주는 크기보다 더 많은 걸 품고 있다.
처음 제주 일주를 하겠다며 배낭을 메고 왔을 때, 며칠 만에 섬을 한 바퀴 다 돌았다. 그때 느꼈다. 한 곳을 떠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걸. 그 이후로는 욕심을 줄이고, 한두 지역에만 머무는 여행을 하게 됐다.
이번에는 11월과 12월사이가 제주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무더위는 지나가고, 바람은 선선해지고, 단풍은 충분히 깊다. 12월 말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첫눈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을 수있다.
산과 바다, 승마, 그리고 걷기 좋은 올레길까지. 제주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10월말과 11월 초까지는 제주에서 해양액티비티를 즐기기좋다.
바다는 육지보다 계절이 한 박자 느리다. 덕분에 수온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11월중순부터는 수온이 떨어지고, 기온도 뚝떨어져 필자는 바다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기 어려워 하이킹과 승마를 즐긴다.
한라산에는 관음사, 성판악, 영실 등 여러 코스가 있다. 관음사와 성판악 코스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나는 관음사 코스를 선호한다. 짧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시간 관리가 수월하다. 한라산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산은 아니지만, 전체 소요 시간이 길다. 경험이 적다면 체력보다 시간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등산 전문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새벽 기상부터 아침 식사, 점심 도시락, 간식까지 준비해 주고, 렌트 없이도 픽업과 드롭이 가능하다. 장비 대여가 되는 곳도 많다.
대피소를 지나면 풍경이 열린다.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여러 번 올랐지만, 대피소 이후 구간은 늘 새롭다.
백록담을 마주하면, 왜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생겼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산하면 보통 오후 두세 시. 이때 하는 일은 두 가지다.
든든한 국밥이나 제주식 백반 한 끼, 그리고 목욕탕.
제주에는 해수탕이 몇 군데 있다. 숙소에 사우나가 없다면 하산 후 해수탕 코스를 꼭 추천하고 싶다. 노을을 보며 해수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어진다.
목욕을 마친 뒤에는 국밥이 제격이다. 필자의 소울푸드는 바로, 몸국. 단골집 김희선 몸국에 들러 속까지 따뜻하게 달랜다. 하루 종일 한라산에서 지친 몸이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다.
제주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야시장인 동문시장. 늦은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오메기떡, 감귤, 간단한 야식까지. 기념품과 먹거리를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여행 막바지에 들러도 좋고, 첫날 동선을 가볍게 풀기에도 적당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소화를 시키고, 마지막 날 사 갈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다음 날은 1100고지 근처에서 승마를 했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제주는 말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특히 잘 어울린다. 승마를 마친 뒤에는 근처 찻집에 들러 차분한 시간을 보낸다.
오후에는 서쪽으로 드라이브를 나선다. 제주시에서 애월로 이어지는 한담해안도로, 협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신풍차해안도로는 특히 좋다.
렌트로 다녀도 좋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시내버스를 타도 괜찮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다 보면 중간중간 멈추는 정류장들이 반갑다.
장한철 산책로: 한담해변에서 곽지해변까지
한담해변에서 곽지해변까지는 해변을 보며 걷기 좋은 올레길이 이어진다. 왕복3km로 걷기 딱 좋다. 이곳은 장한철 산책로와 곽지과물해변 산책로라고 불린다.
장한철은 제주 애월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과거 시험을 보러 육지로 나가다 풍랑을 만나 류큐제도까지 떠밀려 갔고, 그 표류 경험을 기록한 책이 『표해록』이다. 이 기록은 조선 시대 제주 사람이 바다를 건너 겪은 실제 경험을 담은 매우 드문 자료다.
한담공원과 한담해변 일대는 장한철의 고향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장한철 기념비가 세워졌고, 한담에서 곽지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길에 그의 이름을 붙여 ‘장한철 산책로’라 부르게 됐다.
애월바다는 유독 에메랄드 빛이다. 날씨가 너무 춥지만 않다면 꼭 이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협재해변
남쪽으로 더 내려가 협재해변에 도착했다. 해 질 무렵, 협재해변에 차를 세우고 노을을 기다린다. 여름에 노을을 보며 밤수영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 시간의 협재해변은 노을과 선셋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제 다시 제주시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로컬들이 자주 찾는 수산회시장에 들러 도미회로 저녁을 먹는다. 관광지보다 로컬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곳은 자주 찾게 된다. 수산시장 분위기지만 생각보다 깔끔하고, 무엇보다 신선하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공항 근처에 머물며 이호테우해변을 따라 걷거나 뛴다.
이호테우해변을 기준으로 왼쪽은 공항과 도두봉 방향이다. 짧게 오르기 좋은 도두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깔끔하다. 오른쪽으로는 시내 방향, 용연으로 이어진다. 용연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짐을 챙긴 뒤 숙소를 떠난다. 공항가기 전 동문시장에 들러, 첫날 생각해 두었던 오메기떡과 기념품들을 마지막으로 챙긴다. 대부분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11월과 12월 사이의 제주는 여름만큼이나 아름답고 그 어느 계절보다 차분하다. 제주를 올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은 서두르지 않을수록 이 섬은 더 많은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