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

프롤로그

by Bora Jung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동과 준비, 짐 정리가 힘들다며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단순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예쁜 옷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 사진만 남기기 위한 여행도 아니다.

나의 첫 여행은 IMF 시절, 아버지의 퇴직 이후 한 달간 가족과 전국을 돌았던 기억이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일주일 동안 떠난 내일로가 나의 첫 혼자 여행이었고, 첫 해외 단독 여행은 한 달 동안의 베트남 일주였다.



돌아보면 인생에서 처음 시작한 많은 일들을 혼자 해냈고, 그 시작에는 언제나 여행이 있었다.

지치고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면 나는 여행을 떠난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세상을 보게 될지 그려보지만, 여행은 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만나려던 사람은 못 만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결국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 놓았다.

내 여행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만들 짐을 하나도 가져가지 않는 것.



혼자 떠나는 여행은 외롭지 않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듣는다. 사실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결국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백 번 설명을 들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만이 그 경험을 제대로 가져간다.



나는 한 달에 수십 번 여행을 다니거나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마음껏 떠나지 못했다. 유럽, 미국, 하와이, 아프리카, 중남미… 한 번 떠나면 큰돈이 드는 여행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평생 소비를 아끼며 살아온 부모님을 보며 자란 탓인지, 돈을 쓰는 일 자체가 늘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전한 곳에만 머무르는 내 모습이 싫어졌다. 그래서 떠났다. 밖에서 하루 자는 것도 두렵던 내가, 처음부터 일주일을 혼자 떠나기로 한 것이다.



부모님은 걱정했지만, 나는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막상 떠나보니 기대했던 해방감만 가득한 여행은 아니었다. 긴장과 책임감, 두려움이 함께 따라왔다. 그래서 한두 달 전부터 빽빽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여행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업무 스케줄처럼 시간 단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행은 결국 선택과 집중이었다.

모든 것을 다 봤다고 해서 누가 도장을 찍어주지도 않는다. 못 본 것은 다음에 보면 된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즐기면 충분하다.



몸만 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완벽한 숙소를 기대하지 않게 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도 알게 된다.

계획은 어긋나고, 대중교통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집을 떠나면 유난히 배도 고프다. 그런데 여행이 주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롭지 않다. 마음만 연다면 말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 안에서만 생각해 왔는지도 알게 된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익숙한 사람들과만 나누는 대화는 결국 내 세계 안에 머무르게 한다. 여행은 그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자극과 문화를 만나고,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다.



안주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금의 나는 이미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만 반복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거창하게 큰돈을 들여 여행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하지 못해 후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해도 그 큰돈을 쓰진 못할 것같다.



그래도 한 번쯤은 혼자 떠나보는 것이 좋다. 내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풍경이 그곳에 펼쳐져 있으니까.


어떤 말이 내가 뛰쳐나가고 싶게 했을까? 이글을 쓰면서 찾아가볼 예정이다.

그 중 지금은 이 문장이 떠오른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자.

돈을 펑펑 쓰라는 뜻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는 말도 아니다.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후회할지를 떠올려 보면 된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지 않은 것. 아마 그것이 가장 큰 후회로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