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
긴 연휴의 끝자락에서 낙담할 일들이 생겼다.
되돌아보면 참 되는 일이 없다.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제대로 하나를 이뤄본 적도 없다.
끈기가 없는 걸까, 능력이 없는 걸까. 인성이 별로인 걸까.
운이 없다기엔 무능력한 내 자신이 한심을 넘어 막막하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해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작은 성취도 없었다. 그래서 지속하지 못했다는 말도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이걸 계속하면 원하는 것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겠지, 그렇게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데 그 모습이 점점 희미해진다.
언제 이렇게 우울해졌지.
우울함이 찾아오면 세상이 어두워진다.
같이 살고 있어도 그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내 방문을 여는 순간부터 빛이 어두워지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 내가 뿜는 에너지가 탁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에 비해 굉장히 속이 비어 있고 약하고 이룬 것도 없는, 속 빈 강정이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그게 조금씩 겉모습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그걸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욕심 많은 성격에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면 끝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수십 번의 낙방과 좌절. 이 길이 맞는 걸까. 답답하고 막막하다.
그럴 땐 이렇게 하나씩 따져보는 게 좋다. 무엇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는지, 왜 나는 지금 우울함을 느끼는지, 내가 노력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물론 이 낙방을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 결국 그냥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머리가 안 되는구나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뭐, 그냥 내가 상상하던 멋진 사람이 되긴 글렀구나, 그렇게 딱 그 순간만 생각하고 떨쳐버리는 것으로 아직은 내 자신을 위로해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고 있을 테니까.
사람의 열정이라는 게 그렇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미련하지만 꾀 부리지 않고 하나하나 밟아간다는 것. 이루는 일이 거저 된 적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이글을 발행하고 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마음 속에 내가 인정하고 싶지않았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면 이건 별거 아닌 일이 된다.
물론 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지나가고, 나는 다시 그 좌절을 준 일을 개선해서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서른넷. 요가와 명상을 공부하며 내가 찾은 방법이다.
나름 수백 번의 좌절과 낙담을 겪어본 사람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