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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Oct 24. 2021

사랑하는 큰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더 많이 사랑한다.


큰 아이를 키우며 마음이 아린 적이 참 많습니다.



주변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는 아이라는 걸 알아서 나는 유독 큰 아이에게 엄격하였고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는



어릴 때에는 불을 끄는 것을 무서워해 밤새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아 힘들었었고



9세가 될 때까지도 잠깐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도 못 견뎌해 쓰레기 버리러 3명(동생은 덤)이 출동했었고



잠자지 않고 엄마 옆에만 붙어 있는 아이에게 어느 순간 폭발하여 소리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눈을 깜빡이길래 틱인 줄 알고 간 병원에서는 난시가 될 수 있다며 안경을 쓰라 하여 5-7세 동안에는



큰 병원 정기 검진을 받고 가림막 치료를 했고



아토피가 심해져 약을 바르고 잠드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8세에는 태권도장에 갔더니 무섭다고 계속 울어 옆에서 안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도 모르게 훌쩍 커서 참으로 바르고 예쁘게 자랐습니다.



바쁜 아침, 엄마의 커피를 내려주고 빨리 가라고 잔소리하며



2년의 온라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과제를 늦게 내거나 할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하루의 공부량을 시간을 쪼개어 다하고 한글 책도 영어 책도 하루에 1-2권씩 읽는 아이입니다.



태권도는 3품 심사를 앞두고 있고 동생은 엄마보다 형이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한 편으로는 참 마음 아리고 한 편으로는 늘 미안하고 또 대견한 아이입니다.



그 아이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입니다.



못쓰는 글씨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편지를 씁니다.



엄마의 손 편지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읽고 또 읽을 것을 알기에 사랑하는 마음 가득가득 눌러 담아 씁니다.



' 고맙고 사랑한다, 내 보물.



12년 전 네가 엄마에게 와준 덕분에 엄마가 될 수 있었고


부족하고 늘 실수하는 엄마지만 그래도 항상 괜찮다고 말해주어서 고맙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 알 줄 아는 네 마음이 고맙다.


항상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얄밉다고 하면서도 동생에게 뽀뽀해 주는 네 모습도


엄마의 맛없는 요리도 늘 맛집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모두 다 고맙다.


네가 와주어서 한순간도 기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단다.



사랑한다. 네 모습 그대로.


네가 웃는 것, 우는 것, 짜증 내는 것 그 모습 모두 다 사랑한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너를 존중하며 자라나길 바란다.



그 어느 날 보다 더 사랑한다.'




아 참, 아이가 원한 생일 선물은 블루투스 마이크이다. 캐릭터를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고 유행과는 관계없는 아이라 생일 선물은 항상 의외의 것이다. 또래 남자아이들이라면 거의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주토피아 보고 나서는 당근 볼펜을 갖고 싶다고 해서 사 준 적이 있고, 어느 날은 흰 보드 칠판, 어떨 때는 날짜가 찍히는 도장이 갖고 싶다고 해서 사준 적이 있다.


21일에 도착한 마이크를 생일날이 되어서야 뜯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날마다 식탁 옆에 두고 보면서 밥 먹고 잠잘 때 옆에 두고 잔다. 드디어 오늘 사용하겠구나.


아이의 취미는 노래 부르고 노래를 피아노로 반주하는 것. 네가 즐겁다면, 그것으로





또, 번외. 동생의 편지


어제저녁 큰 아이의 머리맡에는 아직 뜯지 못한 블루투스 마이크와 엄마, 동생의 편지가


자, 아빠, 편지를 내놓아라.






동생의생일 선물, 풍선 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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