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쌤 Nov 24. 2021

학교 끊어.

아홉 살인 둘째 아이는 저녁에 늘 같이 자자고 조른다. 


돌이 지나서 잠자리 독립을 한 아이부터 일찍 독립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지만 사실 그러지 못했고 


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사하고 각자의 방이 생겼지만 잠은 꼭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 한다.


주중에 일이 있어 늦게 자면 그것을 못내 서운해하던 아이인데 요즘은 저녁에 시간이 여유 있어


함께 잠드는 날이 많다.


그런데, 이 녀석이 엄마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더 자세히는 자신의 학교 이야기를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하고 싶고 또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차라리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괜찮은데 자꾸 학교에서 있었던 내 이야기도 해 보라고 한다.


'그냥 잘 지냈지 뭐.' 이런 식은 통하지 않는다.


'1교시는 뭐였어?' '그건 무슨 과목이야?'라면서 궁금해하기도 하고 또 아는 체하기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너무나 관심 있게 듣는 아이에게 사실 귀찮을 때도 많지만


이렇게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하다.




어제는 학교에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우리 반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고, 


난 도와주고 싶은데 어떤 것이 맞는 방법인지 모르겠을 때, 나도 참 속상하다.


아이에게 자세히 상황을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마음이 아팠어. 속상했어.' 정도로만 전달을 하는데.



아이가 열심히 듣다가 해결책을 알겠다는 듯이


'엄마, 그러면 학교 끊어!'라고 이야기한다.


'응?'


'학교 끊으라고, 엄마 마음 많이 아프고 그러는 거 싫어. 학교 끊고 나랑 이야기하고 놀자.'


아마도,,, 무슨 이야기를 했어도... 학교를 끊으라고 했을 것 같지만 ^^


'학교를 그만두다. 학교를 쉬다. '의 여러 가지 단어 이외에 '학교를 끊다'라는 단어는 어디서 쓰는 단어일까?


 '학원을 끊다'에서 착안한 단어일 듯한데.


태권도와 이제 다닌 지 한 달 된 피아노 학원을 끊는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들었을까.


아이의 명쾌하고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엄마는 쉽게 학교를 끊을 수가 없어서 미안해.


엄마가 속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네 마음만 받을게.


그리고 더 이야기하고 싶은 네 마음만 받아들일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큰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