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라고 하기엔 너무 낯선 감정이었다. 아니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상당히 추하다는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이라 그 순간에는 정말 자괴감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다들 열심히 사는 세상에서 혼자 무너진 느낌이었다.
키우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아이가 너무 더워해서 집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로 들어갔다. 당연히 대형 쇼핑몰이다 보니 에어컨이 항시 가동되어 있었고 아이도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게 차가워져 있는 대리석에 배를 깔고 눕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주말이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 아이가 너무 더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결국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쇼핑몰을 한 바퀴 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향하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내 앞에 있는 젊은 커플이 데이트를 하는지 한껏 꾸미고 엘리베이터를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컸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많았다. 겨우 엘리베이터에 탔지만 사람이 많아서 나는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문 앞에 바로 위치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문에 비치는 내 모습과 누가 보면 백수처럼 보일 것 같은 몰골에 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 목줄을 꼭 쥐고 있었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강아지를 보고 희미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괜히 뿌듯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자괴감이 그날따라 더 심하게 다가왔다. 어떤 여성분은 근처 호텔에서 근무를 하시는지 정장을 입고 계셨고 그 뒤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깔끔하게 멀끔하게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 모습을 보니 정말 견디지 못할 정도로 자괴감이 크게 다가왔다.
독립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내 옷차림이 가벼워지기도 했고 쇼핑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냥 얼룩덜룩한 흰색 옷을 입고 머리를 감지 않은 상태의 내 모습을 보니 정말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이 잃을 것이 없어서 안하무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정말 처음 느껴본 감정이라 너무 무서웠고 너무 쪽팔렸다. 내가 인생을 너무 엉망으로 살아와서 이제 이런 벌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지 않은 죄,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쓴 죄, 모든 것을 후회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라고 느껴졌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이가 들고 늙으면 지금보다도 더 볼품없는 인간이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슬펐다. 죽음이 하루라도 빨리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는 마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