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미술관 전시 리뷰, 현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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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인리스 스틸 골조에 크리스털, 유리 및 아크릴 비즈, 알루미늄과 구리 철망, PVC, 스틸 및 알루미늄 체인, 거울 필름, 인조모,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및 아크릴 관258 x 200 x 250cm, 2007
빛의 휘장을 두른 난파선은 이상향으로 향하는 돛을 달고 허공에서 표류 중이다. 브루노 타우트가 설계한 ‘빛의 도시’처럼 반짝이고 눈부신 표면, 압도적인 공간감은 즉각적인 황홀감을 준다. 하지만 이내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한 그림자다. '달콤함' 아래, 어두운 물결을 간과하지 말라는 경고를 동시에 건넨다.
이 작품을 단순히 빛과 그림자, 메혹과 파국의 이원적 시각으로 보는 것보다 타우트의 이상적 기획이 실패한 배경과, 시대마다 만연하는 풍조를 '난파선'의 은유를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겠다.
\ 스테인리스 스틸 골조에 합판, 천으로 감싼 우레탄 폼, 아크릴 거울, 전자 장치, 인터랙티브 사운드 300 x 400 x 280 cm, 2007/2012
섬을 연상시키는 거칠게 깎인 구조물이다. 내부는 거울 파편의 벽면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서 헤드폰을 착용하면 정체 모를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상적인 피난처라기엔 여전히 소리는 존재하고 입구는 노출되어 한없이 위태롭다.
제목에서 인용한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의 이론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본다. 문학 이론가이며 사상가인 바흐친은 언어와 담론에 관하여 다양한 통찰을 한 바 있다. 그중 하나인 외위치성(Outsideness, exotopy)과 관련하여 생각해 본다. (다른 이론과의 연결점은 웹 문서상에 충분히 있다) 벙커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징성 있는 작품이다.
외위치성(Exotopy)은 '자아'를 즉각적인 위치가 아닌 외부에서 발견하는 자신을 의미한다. 타자의 시선과 목소리로 자신을 듣고 보는 것이다. 벙커는 자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절과 침묵의 요새로 만들어진 이곳은 페쇄할 수 없는 구조다. 내부는 다양한 상을 겹쳐 비추고 수많은 소리를 불러들인다. 내부에서는 외부를 볼 수 없다. 외위치성이 더해질 때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결함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존재 디폴트의 모습이다.
보호와 통제의 공간으로서 벙커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신체와 공간과 관계를 보여준다. 다양한 층위의 소통 환경에서 어떻게 개인은 자신만의 '벙커'를 구축해야 할까.
문학 이론을 시각예술로 치환하는 작가의 능력과 이론적 깊이와 감각적 경험이 어우러진 예술성이 빛나는 작품이다.
\ Fiberglass, aluminum panels, tiles, mortar, ink, 768 x 768 x 128 cm, 2007
2007년 까르띠에 재단에서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하이앤드 브랜드의 전시 장소에 낡고 부서진 타일로 둘러싸인 로우앤드 욕조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뒤샹의 '샘'이 21세기에 재현한 것일까.
이 작품을 리움미술관에서 보았을 때 미니멀한 작품의 외관에 놀랐다. 석고로 만든 산봉우리는 새하얗고, 그 안의 잉크는 검었다. 이곳 '천지'의 먹물은 신화나 설화가 아닌 어두운 역사를 품고 있다. (현대사의 물고문 사건) 첨예한 이데올로기로 인해 양분화된 지정학적 현실, 닿을 수 없는 장소임을 제목은 상기시킨다.
차가운 타일이 내포하는 갈망들, 그리고 외관처럼 강렬한 대비 지점에 놓인 메타포를 확장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천, PET 필름, 송풍기, 전기 배선 300 x 1700 x 300 cm, 2015-2016/2020
17미터 길이의 얇은 알루미늄 호일, 공기에 의존하는 풍선 구조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형태이다. 1937년 원인 불명의 화재로 추락하여 36명의 희생자를 만든 '하늘 위의 타이타닉호', 힌덴부르크 비행선 참사를 연상하게 한다. 힌덴부르크는 당시 항공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으며 미래의 항공산업을 이끌어갈 대형 수소 비행선이었다.
미래의 테크놀로지를 상징하는 은색 표면은 작은 구명으로도 금세 바람이 빠져버릴 듯, 그 취약성을 노출한 채 공중에 떠 있다. 이 비행선은 20세기 근대화 기획의 한계, 선형적 진보 관념에 대한 의문으로 부풀려진 채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기술사적 재앙을 메타포로 사용한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와 같은 진보 이면의 커다란 지금의 취약성을 상기시킨다.
이불 작가의 스케치와 작품 모형도 전시 중이다. 《이불: 1998년 이후》展은 2026년 1월 4일까지 진행한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이끄는 이불 작가가 호암 예술상을 수상(2019)하며 낭독한 소감문으로 이 글을 맺는다.
예술을 창조하는 방법은 보통의 개념을 불태우고 파괴하여 머리 위에서부터 가슴 밖으로 흘러나오는 새로운 진리로 대체하는 것이다 - Charles Bukowski
* Bloomberg Originals : Brilliant Idea Episode 16, Lee Bul
* 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Lee 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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