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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bambi Apr 24. 2018

과연 나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람일까?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지 3개월이 넘었다. 1,2,3월 수입을 헤아려보니 200만원을 넘긴 달이 한 번밖에 없다. 물론 후불로 지급되기 때문에 이번달 일한 건 아직 정산이 되지 않았다. 액수보다 내가 지금 일을 늘리기가 녹록치 않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로컬에서 월 500씩은 거뜬히 벌고 수입이 많은 달은 월천도 찍는다던데. 그게 내 이야기가 아닌 건 알겠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일을 두세배는 많이 하는 것 같다. 한가할 땐 한가하기도 하고 혼자 일하는 건 좋지만 맘편하게 놀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몇 푼 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몸 고생 마음고생 이게 무슨 짓인가 싶고 그나마 돈을 벌고 있다는 핑계로 중요한 결정들을 회피하며 미루고만 있는 기분이다. 계속 이렇게 살건 아닌데.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고생을 해봐야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깨닫지 취미처럼 널널하게 하다보면 이게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를테니까 이 시간이 아주 의미 없는 건 아닐 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나는 정말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검사하고 보고서 쓰는게 힘들다는 걸 원래 몰랐나? 병원에서 이미 지겹도록 했고 그때도 나는 로컬 몇군데 나가면서 돈버는건 못하겠구나 생각하지 않았나. '전문가가 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논문 쓰는거 엄청 힘들어한다는거 알면서도 이전 직장에 들어갔다. 이전 직장 다니면서 아 연구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박사과정 들어가는 대신 여기 와서 경험해본 건 잘한일이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냐면 대학원 알아보고 있다. 이번의 핑계는 '그동안 재미없는 공부를 해서 그런거 아닐까? 좀 더 재밌는거 하면 다르지 않을까?'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동안의 거지같았던 연애들(전부는 아니지만) 덕분에 지금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금 애인이 무던하고 안정적인 성격인 건 순전 운이나 다름없다. 처음에는 또 그냥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인거 같아서 만났던 거 같다. 나새끼 노답 노답 하면서 불안해하면서 만나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어서 다행인 거고...


그러니 이 모든 경험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내가 선택했다는 것만은 남는다. 멍청한 실수 혹은 오판이 반복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실이다. 내가 다 알면서도 선택했다는 것.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것도 없다는 것.


한 가지 일을 대하는 방식이 모든 일을 대하는 방식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어떤 일은 다른 일보다 더 쉽다. 힘들게 나 자신을 갈아넣어봐야 내 손에 남는 건 없는 일보다는 힘을 덜 들여도 적당히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하고 싶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불안하고 조급해하는 게 문제일까? 힘 빼고 멍 때리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힘을 길러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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