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터벅은 최근에 배운 춤이고 4박자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스텝을 밟아보면 6박자로 쪼개진다. 6에서 4를 빼면 2라는 숫자가 남는데 그것은 춤추는 두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다. 음악의 손에 이끌리다보면 두 사람은 사라지고 춤이라는 관계 자체만 남는데 이 모든 것은 나를 제외한 여러분의이야기. 나는 오늘도 망가진 목각 인형처럼 보이지 않는 실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을 뿐......
세상에는 아드리아드네의 실도 있고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무스비의 매듭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실'은 뇌 속의 시냅스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나는 이번 주 소셜모임에서 아웃사이드부터 클로즈 포지션까지 배웠는데 오늘 아침에 다 까먹었다. 그것이 음악에 가깝다고 느껴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춤을 추는 상대방에게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미안을 한자로 쓰면 아닐 '미'에 편안할 '안'이고 결국 편안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매번 (상대방이 아니라)상대방의 시간에게 미안했던 것 같다. 당신의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고. 그럴 때마다 여러분은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하지만 리듬은 이미 엉켰고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당신과 나는 어느새 하이파이브를 하고각자의자리로 돌아왔을 뿐.
도덕경에는 월왈반(遠曰反)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가장 먼 여행은 귀환이다'라는 뜻인데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감사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는 더 잘 하겠다.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 입장에서 발끝은 심해 속에 잠겨 있는 듯하지만 한겨울에도물장구를 치고 있는 오리를 생각하며 한발 더 앞으로.
*지터벅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신경질적인 벌레'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카프카의 <변신>에도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나오는데 나는 그에게 일종의 친밀감을 느끼고 있지만 방금도 모기 한 마리를 죽였다.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