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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Mar 15. 2022

미미의 탓

얘 미미야, 너 친구 하나도 없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러려니 했다. 네가 외롭다고 너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거리낌이 없었지, 왜냐하면 나도 나를 그렇게 느꼈던 날이 있었으니. 원래 그래, 고독한 팔자는. 나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열심히 엄지를 두드려댔지. 그 새벽 두 시부터 아침 해가 뜨는 여섯 시 반까지. 나는 너를 동류라 여기고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며칠을 못 버티고 너를 떠났다. 이런 말 뒤에서 웃기지만, 너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 왜 똑같은 일이 반복이 되고 벗어나지 못하는지. 네가 그걸 깨닫기 전까지는 매번 그럴 거야. 내 탓의 원천은 결국 내 탓이야. 그러니까··· 이 말은 어물쩍 넘어가야겠다. 근데 나는 네가 좀 좋았는데. 나는 항상 이렇게 말을 해. 내가 너무 기민한 탓. 우린 인연이 거기까지였겠지?


기민한 나는 눈새인 척하기로 결심한 지 꽤 됐다. 모르는 척은 모든 걸 망치지 않는 최고의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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