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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Mar 15. 2022

독종

211130

성인이 되면 괜찮을  알았다.

세상은 날 비웃듯 성인은 단순히 미성년의 나이만을 벗어난 신분일 뿐이라며 대찬 비를 내리게 해 쫄딱 맞았다. 감기야 걸리다 말다 한다. 나는 내가 독종인 줄 알았다. 뒤틀리고 깨져도 뿌리가 뽑히지 않던 독종. 아무도 챙겨 주지 않았던 성년의 날을 지나 몇 해가 더 지났다. 나는 이제서야 어른이 되어 가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혼자 밥을 먹는 법, 주기적으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밀리지 않는 법, 자신의 생활 패턴을 지키는 법, 사회에서 주어진 임무들을 성실하게 해내고 부지런히도 살아보는 법. 신경 쓸 일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아진다. 분리수거는 이렇게, 저번 달에 비해 더 나온 전기세, 휴대폰 요금은 이만큼, 월마다 나가는 돈 돈 돈. 그리고 내가 누군갈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진 않았는지. 지붕 있는 아늑한 집에 있어도 생채기는 꼭 나기 마련이었다. 이 나이 먹고는 할 줄 아는 게 늘어 가면서 반대로 못하는 것도 점점 늘어 간다. 어른은 삶이 힘들다는 투정을 못한다. 내가 누구한테 가서 말해. 물론 이건 모든 어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체적으로 나의 이야기다. 점점 울지 않는 법은 잘도 배웠다. 달면 뱉고 쓰면 삼킨다. 달면 독이고 쓰면 약이라는 강박이 생기기에. 나는 그때 너에게 달디 달았다. 너의 입맛에 안 맞게 너무 달았다. 또, 그 애도 나에게 너무 달아서 나는 뱉었다. 끊임없이 맛보고 뱉기. 그런데 너는 삼키고 싶다. 이런 내 삶의 작은 숨 구멍. 인생은 원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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