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살아남는 이야기였지
그때는 ‘살아남는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살아내는, 살아가는 이야기’야.
산에 처음 왔을 땐, 모든 것이 낯설고 도전이었지.
고요가 두려웠고, 바람은 적막하게 느껴졌으며,
어둠은 끝없이 깊어만 보였어.
비바람 치던 어느 밤,
집 안에 쏟아지는 물을 양동이로 받아내며
새벽까지 쓸고 퍼냈던 그날,
나는 이 산의 한가운데서 정말 혼자인 줄 알았어.
고양이 둘이 갑자기 산을 떠났을 땐
삶이 나를 거절한 것만 같았고,
전기도 없던 그 첫 해엔
달빛과 촛불만이 나의 밤 친구였지.
내가 산을 품은 게 아니라,
산이 나를 품어줄까 망설이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시절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알아.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산은 이미 나를 받아주고 있었고,
나는 그날부터 조금씩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하지 않아.
대신 ‘어떻게 살아갈까’를 바라보게 돼.
살아낸다는 건, 살아간다는 건,
오늘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찻잎이 찻잔 안에서 조용히 숨 쉬는 걸 알아차리는 것.
고양이들이 내 옆에서 평화롭게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숨 쉬는 거야.
그것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길이고,
관계를 사랑하는 길이며,
그러면서 삶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길이겠지.
maya from Ecu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