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6년 만의 몸살감기

몸살감기가 뭔지 잊고 있었어.

by Maya

눈도 코도 귀도 멍하다. 근육이 아프고 뼈도 아프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몸살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하며 일어서고 앉는 나를 보는데 머릿속에 지나가는 사진 한 장,

두 손을 앞에 있는 지팡이 위에 올려놓고 단아히 서 계시는 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아, 그래, 그렇게 늙어야지." 사진 속의 노인의 작은 웃음이 내 얼굴에도 담긴다.


우기가 되고 비가 요즘처럼 본격적으로 내리는 때는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도 잡아야 하고

또 몸에 달라붙는 습기의 느낌이 환상적이라 말할 수 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1월부터 4월까지 우기 기간을 좋아한다.


주변이 좀 더 초록이 되는 것이 좋은 것은 물론이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온 산이 고요함이라는

커다란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하여 황홀하고 신비로운 용궁의 세계에 머물기 때문이다.

억센 바람의 시비도 없고 건너편 산 위 이웃집에서 뭔가를 만들고 고치는 기계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모두 두꺼운 안개에 묻혀버린다.
산은 그렇게 안개라는 잠수함을 타고 심연의 항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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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콜록거림은 몸을 가볍게 대한 결과이다.
해 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어스름한 저녁에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줄기와 살랑살랑 속치마를 흔들 듯 빗 속을 흘러 다니는 하얀 안개에 홀렸다. 그리고 "싸구려 사케 맛도 좋다" 하며 내가 만든 막걸리 잔을 비우며 내 몸이 느끼는 한기를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 땀 흘리며 누워서 코를 풀어 댄 화장지만 해도 한 통에 가까우니 몸에 필요 없는 잡것들을 몰아낸 샘이다. 그러니 몸살감기도 그리 나쁘기만 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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