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신 Nov 21. 2024

발을 담그는 시간



지어지지 못한 이름을 생각한다

부를 수 없는 미량의 마음들


풀물이 든 손으로 돌을 뒤집던 물가

오래 앉아 우리를 바라보던 그녀는

흰머리가 더 희어지는 줄도 모르고

작고 흰 새처럼 날개깃을 접고서


여름의 물 녘

점점 어두워만 가는 풀숲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달랑대며 돌에 붙은

다슬기를 떼네던 밤도 아닌 낮도 아닌

그 이름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물컹한 뭔가가 입안에 씹혀


물크러진 것

밝으면서 어두운 것


초록의 물이 배어 나오던 다슬깃국처럼

다시 새어나지 않을 시간을 밀어 두고  

나란히 앉아 물에 발을 담그던


환한 것들을 뒤로하고 끝내 사라지는 것들이 무서워

잠들지 못하던


어린 밤

팔팔 끓이고 남은 초록 물을 끌어안고 웅크렸지


언제라도 날아갈까 숨죽여 바라보던

희디 흰 새가 어느샌가 곁에 누워

마른 손으로 어린 등을 쓸고


괜찮다


따뜻한 입김이 목 뒤를 간질이면


괜찮다


꿈인지 그저 따라 중얼대던 온기와

무릎에 스민 물이 저녁나절까지 마르지 않던

여름 유년의 밤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와


물컹, 이름 없는 순간이

또다시 씹히고





_


매거진의 이전글 기울어진 나에게 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