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지지 못한 이름을 생각한다
부를 수 없는 미량의 마음들
풀물이 든 손으로 돌을 뒤집던 물가
오래 앉아 우리를 바라보던 그녀는
흰머리가 더 희어지는 줄도 모르고
작고 흰 새처럼 날개깃을 접고서
여름의 물 녘
점점 어두워만 가는 풀숲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달랑대며 돌에 붙은
다슬기를 떼네던 밤도 아닌 낮도 아닌
그 이름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물컹한 뭔가가 입안에 씹혀
물크러진 것
밝으면서 어두운 것
초록의 물이 배어 나오던 다슬깃국처럼
다시 새어나지 않을 시간을 밀어 두고
나란히 앉아 물에 발을 담그던
환한 것들을 뒤로하고 끝내 사라지는 것들이 무서워
잠들지 못하던
어린 밤
팔팔 끓이고 남은 초록 물을 끌어안고 웅크렸지
언제라도 날아갈까 숨죽여 바라보던
희디 흰 새가 어느샌가 곁에 누워
마른 손으로 어린 등을 쓸고
괜찮다
따뜻한 입김이 목 뒤를 간질이면
괜찮다
꿈인지 그저 따라 중얼대던 온기와
무릎에 스민 물이 저녁나절까지 마르지 않던
여름 유년의 밤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와
물컹, 이름 없는 순간이
또다시 씹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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