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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 Dec 24. 2024

나 취직이 됐어 4

나 스스로 나를 망쳤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조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번엔 가공컷팅 공정이었다. 이제 용해성형에서처럼 밖에서 검사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방진복을 입고 가공공정에 들어가 컴퓨터로 장비를 이용해 검사하는 일을 한다. 이제 리더가 아닌 반장이 관리를 한다. 


역시나 가공공정도 회식이 많다. 조가 바뀌면서 기숙사도 옮겼다. 처음 간 방에는 침대에 살고 있던 사람의 인형이 올려져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방 1개 2인이 사용한다) 다른 방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여자선배가 꽤나 잘해주었다. 나는 그 여자선배랑 방도 같이 쓰고 차도 같이 타고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그 만남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던 거 같다.


 그 선배는 회사 남자친구와 그 남자친구의 동료들을 불러 보드도 타러 다니고 스파온천도 갔는데 나는 이렇게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고 더구나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따뜻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대게 위험하거나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쉬는 날에는 한 번씩 KTX를 타고 부산집에 내려갔었는데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 국민학교 때 남자친구와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와 우리 엄마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어느 날 부산에 가니 그 아줌마가 "우리 OO이랑 결혼해라."라고 느닷없이 얘기를 했다. 그래서 연락을 하게 된 거 같다.


 솔직히 여상을 다니다가 남사원이 많은 회사로 온 것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주변 엄마친구들이 하는 얘기에 "남자를 많이 만나 본 여자들이 결혼도 잘한다더라." 나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맞는 얘기 같아 남자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까 그렇지 않을까?' 나는 참 어리석고 순진했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남자비율이 높은 회사에 덥석 입사하다니. '남자 많이 안 만나봐도 결혼만 잘하더라.'


 바라던 대로 그런 회사에 입사했지만 나는 그렇게 용감하지 못했다. 잘 모르는 상대를 사귀고 알아가는 과정을 무서워했던 거 같다. 어쩌면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검증된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대신 이미 알았었던 사람을 잠시 만났다. 그 남자가 국민학교 때 친구다.


 나는 복에 겨워서였는지 스스로 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은 내게 성적인 것을 바라기 때문이야 관계 후에는 나를 버릴 수도 있겠지. 마침 임신한 여사원이 쫓겨나듯 퇴사를 했다. '나는 임신하면 안 돼.' '고등학교 때도 임신한 친구가 학교를 그만뒀었지.'


 나는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게 뭔지 너무 궁금했고 직접 해보지 않고 간접적으로 이제 하기 싫었다. 그 남자친구와 잤다. 내가 먼저 "할래?"라고 물었다. 잘 못 마시는 술을 마시고 그 남자친구와 했다. 하고 난 뒤에도 별로였고 하는 중에도 너무 모욕적이었다. 다시는 안 하고 싶은 게 되어버렸다. 나는 호기롭게 제안했지만 막상 누워있을 때는 거부했다. 그 친구는 안하려면 지금 일어나라고 했지만 나는 그대로 누워있었다. 나는 섹스를 하고 난 후에 산부인과에 가서 사후피임약을 받아먹었다. 피임을 다하고 했는데도 의심이 들어 약을 먹어버렸다. 그 뒤에 전화통화로 헤어지자고 했다. 그렇다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처음해본 경험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은 않은 기억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거 같다. 


 회사로 돌아와서 그렇게 어울려 다니다 알게 된 남사원과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 남사원은 여자선배와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와는 그 여자선배와 어울리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여자 선배한테 내 번호를 물어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된 남자는 어느 날 혼자 기숙사를 지키고 있는 내게 연락을 했고 나는 습관적으로 지금 시간이면 갈 곳은 나이트클럽밖에 없다고 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쓰다 보니 너무 엉망이라 내 자식을 낳지 않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식은 나와는 또 다른 독립된 개체지만 나와 닮지 않았을까? 내가 다 망쳐버린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나면 불행하지 않을까? 그럴 리 없을 거다라고 생각해도 이런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아니다 더 나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런 경험 저런 경헌 해봤으니 내 새끼한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아줄 거다. 근데 많이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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