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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Nov 14. 2022

'기획'을 5단계로 정의하기

중요하지만 딱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기획'을 나의 관점으로 정의하기

 명조체는 제가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게 된 서체입니다. 클라이언트와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에 명조체는 너무 한정된 콘셉트에서 쓰이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독 명조체 기피증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괜히 다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혹시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서 많이 사용하는 글씨체가 있으신가요?


 '기획'이라는 단어도 제 개인적인 서체 취향처럼 사람마다 정의하는 기획이 모두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이때 기획을 말하는 사람들을 큰 의미로써 기획(일을 꾀하여 계획함)의 의미로 정의하거나 특정 분야에서의 기획(서비스 기획, PD, 마케팅)의 의미로 정의합니다. 큰 의미의 기획이라는 것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것을 계획하는 작업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특정 분야의 기획은 마케팅, 웹 개발, 건설, 제안서 등 특정 직종에 붙여서 말합니다. 사실 기획이라는 단어는 어디에 붙여도 말이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은 사소한 일이나 일상적인 행동 우리가 사고하는 모든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기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치 '평화', '사랑'처럼 무엇인지는 알지만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난해한 그런 단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생각이 들자 '기획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습니다. 이 정도로 정리할까 하고 문을 열고 나가는데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쥔 채로 고민하다가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내가 나를 '기획자'라고 부르는데, 나조차도 기획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마치 누구나 할 법한 일이거나 혹은 뻔한 그런 일들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고 떠올린 것이 '단계별 기획'입니다.


 '단계별 기획'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단계별로 기획의 복잡도가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1단계 기획부터 5단계 기획까지의 범위를 정의합니다. 이렇게 1단계에서 5단계의 기획 범위를 정의하면 제가 지금 하는 기획이 몇 단계 기획인지 알기 쉽더라고요. 너무 거시적인 사전적 기획의 의미와 너무 미시적인 직종별 기획의 의미의 사이에 있는 적정선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Yes!)




1단계 기획

'이유를 선택'하는 기획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을 1단계 기획이라고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의 본질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가장 기초의 기획을 1단계 기획이라 명시하였습니다.


"나는 오늘 매운 것을 먹고 싶어(목표)" → "낙지, 파스타, 떡볶이 중에 무엇이 가장 적합할까?(1차 구분)" → "매운 것의 최고는 떡볶이지. 좋았어! 오늘의 점심은 떡볶이다!(근거에 의한 선택)"


2단계 기획

'중요도를 판단'하는 기획으로 여러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많은 상황에서 사용되는 기획입니다. 제한된 조건이 있고 해당 조건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형태이죠.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기획입니다.


"오랜만에 친구가 만나자고 하네, 이번 주 약속이 어떻게 되지?(목표)" → "총 3개의 약속이 있네(상황 파악)" → "그런데 이 약속까지 수행하면 월요일에 출근하기 피곤할 것 같은데... (우선순위 설정)" → "차주에 약속이 없으니까 차주로 미루어보자!(행위 결정)"


3단계 기획

'과정 설계'로 설정한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기획입니다.

제 사례를 들자면 주로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해당 영역의 기획을 합니다. 목표를 도달하기 위하여 무엇이 최선인지 구상하고 이를 프로세스로 만든 뒤 실행하여 목표를 도달합니다. 말은 쉽지만 달성하려는 목표가 어려울수록 기획의 난이도는 매우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된장찌개를 만들고 싶은데 어떡하지?" → "온라인에서 방법을 찾아보자!(과정 도구 결정)" → "기름을 내는 재료를 결정해야 하네 우선 처음이니까 집에 있는 재료로 기름을 내자(제작 난이도 결정)" → "레시피를 보니 전부 있는 재료네 그러면 두부만 사 오면 되겠다(기초 행위 결정)" → "두부를 사 오는데 5분 정도 밖에 안 걸리니 중불에 물을 올리고 된장을 넣고 갔다 와야겠다(첫 번째 행위 결정)" → "갔다 오자!(행위 시작)"


4단계 기획

'다수 목표 달성'으로 3단계와 유사하지만 프로세스가 단순히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다수의 기획을 업무로 하시는 분들은 3번과 4번의 기획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업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단계와 4단계의 차이는 3단계의 프로세스 나무줄기에 옆으로 뻗어간 가지가 있으면 4단계가 됩니다. 복잡성이 배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3단계 기획의 예시로 든 된장찌개를 만드는 것을 기획하는 것에서 "된장찌개와 어울리는 반찬"을 같이 요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 나아가서 "손님에게 줄 음식"이라는 기준을 더하면 난이도는 더 올라갑니다. 단순히 음식을 요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손님의 만족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목표 자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된장찌개를 만드는 것은 같은데 어떤 목표가 더해짐에 따라서 기획의 복잡성이 증가합니다.


5단계 기획

'본질 목표와 부가 목표'로 4단계의 프로세스 줄기가 여러 개가 되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크게 보아도 하나로 보여야 하며, 부분만 보아도 하나로 보여야 합니다. 해당 기획 단계는 주로 사업을 계획할 때 사용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이 단계의 기획을 해볼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쉬운 예시로 시의 행정기관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의 본질적인 목표는 "시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자"입니다. 이 행정서비스를 일률적으로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민들마다 처해진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서로 나누어집니다. 환경, 교통, 주거 등으로요. 그런데 환경부서에서 가지는 목표는 약간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소하고 자연을 보존하자"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시민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자"대전제가 사라지면 안 됩니다. 그러면 시민보다 환경을 우선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대전제인 본질 목표를 가져가면서 동시에 부가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 5단계 기획이라고 정의합니다.




 저는 주로 3, 4단계 기획을 하고 1년에 몇 번씩은 5단계 기획을 하는데, 결과물이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아마 이 기획은 계속하여 끊임없이 배워야만 그나마 '이제 기획좀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불과 작년만 돌아봐도 허점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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