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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30. 2023

[일상의 단상]-<'후회'에 대하여>

*'후회'라는 감정을 지혜롭게 활용하자*

[일상의 단상]-<'후회'에 대하여>

*'후회'라는 감정을 지혜롭게 활용하자.*


사람은 누구나 후회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후회'란 과거에 자신이 했던 어떤 일이나 결정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자꾸 곱씹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될 중대사안에서부터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통렬하게, 또는 스치듯 흘려보내는 아쉬움 정도로 가볍게 '후회'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일상인 듯하다.

인간이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느끼는 여러가지 섬세한 감정들이 그러하듯, '후회'라는 감정 또한 예민한 감수성과 높은 지능을 지닌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능이 있는 몇몇 동물들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사고구조가 복잡다단한 데다고 지성과 감성과 본능의 경계를 늘 넘나들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흔들흔들거리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매일매일 새롭게 깨닫는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그런 가운데 올라오는 여러가지 감정을 가만가만히 느끼되, 과하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균형 잡힌 존재로 서야 하는 것이 일상의 평온함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에서부터 우리의 고민이 시작된다.

나 역시 일상 생활 속에서 매 순간 나의 정서를 지배하는 여러 형태의 감정들을 깨닫게 되고, 때때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감정 상태에 깊이 빠져들어 매몰되어 버리기도 한다. 특히 지나간 일에 대한 회한과 그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내가 선택했던 결정에 대해 뒤돌아봐지는 복기의 과정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비롯한 '후회'의 감정을 많이 느껴봤다. '후회'는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도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하고, 단편적인 생각에서 단순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생되는 힘든 마음을 몰고 오기도 한다. '후회'라는 감정에 빠지게 되어 자칫 잘못하면 자책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희망과 동력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심하게는, 더이상 살기 싫어질 만큼 절망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데 '후회'라는 감정이 가진 그 심각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되돌아갈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라는 감정에 휩쓸려서 현재와 미래의 삶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세밀하게 고찰하고 잘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감정이 바로 '후회'인 듯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고, '사후약방문'이라는 표현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고, '사후약방문'이라는 표현도 말 그대로 '환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약을 처방한다.'는 뜻으로 때를 놓쳤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말들은 적합한 시기를 놓치고 소용없는 뒷북을 치는 어리석음에 대해 일침을 놓는 비판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시사하는 바처럼 뒤늦은 후회와 때늦은 조치에 대해 풍자하며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그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이 속담이 참 지혜롭고 현명한 속뜻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약간 비틀어 표현하는 말로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말을 보태어 하고 싶어졌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더 이상 지킬 소도 존재하지 않는 외양간을 고친다는 게 참 쓸데없는 헛짓을 하는 듯한 거부감이 올라올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꼭 그렇지많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후회'만 하고 있는 것은 이미 벌어진 문제의 해결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어떤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그 원인을 방치하면  그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더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소를 잃었더라도 후회만 하면서 좌절하지 말고 다시금 힘을 내어 외양간을 고친다는 것은, 일을 그르치거나 실패한 뒤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점검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현실진단과 자아성찰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후회'할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낭패를 본 후 한 박자 늦은 '사후약방문' 식의 대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원만하고 좋은 상황인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일어난 일에 대해서 '후회'한다고 해서 시계를 거꾸로 돌릴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미 벌어진 상황을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후 냉철한 현실인식을 하여 후속 대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예방을 잘하여 큰 일을 당하지 않고 후회할 일이 없었던 사람에 비해 훨씬 값진 성장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경험을 하는 것이리라.

앞서 언급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고, '사후약방문'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만큼 사람이라는 생물체는 거의 대부분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하고 난 후에야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그런 불완전한 속성이 고쳐지기는 참 힘든 존재라는 것을 옛날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니 이토록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를 잘 인식하고 인정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 '후회'와 '자책'으로 점철된 고민의 시간을 보내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을 수 있도록 항상 현실에 깨어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명한 선택의 기회를 가져다줄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인들의 모임에서 후회되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회를 해 본 경험이 있겠지?'라는 생각에서 올라온 공통의 대화주제였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저마다 내어놓는 '후회'에 대한 경험담들이 그 어떤 다큐 못지않게 흥미진진하여 꽤 오랫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때 '후회'에 대해 각자가 내어 놓은 이야기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하나는 했던 것에 대한 후회!

또 다른 하나는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무엇이 더 미련이 오래 남을까?

우연히 읽게 되었던 한 신문의 기획기사에서 접했던 설문 통계에 의하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오래 미련이 남는다고 하였다. 일단 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왜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어떻게든 끌어와서 쉽게 자기 합리화해 버릴 수라도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은 ‘그때 그걸 했었으면 참 좋았을  걸...’ 하며 계속 뒤돌아봐지고 아쉬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후회'에 대한 이렇게 확장된 생각을 하다 보니, 실패한 일들을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시도해보지도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너무 크겠다는 것에 많은 공감이 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증폭되면서 또 다른 길로 나아갈 기회를 스스로 원천봉쇄해 버렸다는 점에 대해 자책하는 마음까지 보태어져서 일어나는 회한의 마음이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했던 일/ 하지 않았던 일 모든 것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이미 지나간 과거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후회'라는 감정은 실체가 애매보호한 허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이미 한 일은 불가역적인 만큼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고, 할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에 처했을 순간에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단 해 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며,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후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 그대로 이전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감정이다.

자신이 한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뒤돌아보며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면,

뭔가를 잘못한 것 같거나 잘 안되고 실패해서 괴로워했던 일이 있다면,

후회를 넘어서서 극단적인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어 봤다면,

그리고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일이 있다면,

'후회'라는 감정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면서, '후회'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보다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라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긍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시시때때로 해야만 하는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좀 더 확장된 생각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후회'라는 감정은 우리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판단의 길을 열어주고, '후회'라는 감정에 붙잡혀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경험들은 다 나쁘거나 다 좋을 수만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그러하듯 이 또한 다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후회'하게 되는 일을 만나게 될 때에는 당황하거나 힘들어하지만 말고, 그 경험에서 한가닥 교훈이라도 찾아내어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면서 잘 활용해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후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후회'를 통해 자아를 성장시키고 변화를 맞이할 기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오판과 실수, 그로 인한 실패의 결과로부터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축척하여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하여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자아성찰을 통해 성장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고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니, 우리 삶에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후회'라는 감정은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겁내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감정에 집착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그 감정의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만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것은 불안정한 우리의 삶에서 좀 더 나은 인생을 가꾸어 나가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금 이해하게 된다.


좋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만큼 '후회'는 필연적인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짬뽕'을 선택하는 가벼운 일에서부터, '진로/진학'이나 '결혼'을 비롯하여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중차대한 선택과 결정을 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에 따른 '후회'는 샴쌍둥이와 같이 동반되어 되돌아온다.

항상 고민하여 결정하고 선택해도 매번 후회하는 것이 인간이 지닌 한계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되고 보니 우리는 그저 살아나가야할 뿐, 어찌할 방안이 딱히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쨌든 자신의 선택에 따른 그 어떤 결과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후회'의 감정이 밀려올 때에는 담담히 맞이하면 될 듯하다. 매번 헤매더라도 한 걸음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긍정어린 한가닥의 생각을 부여잡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 나는 '후회'로 점철된 어떤 상황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휘저어져 버린 깊은 감정의 찌꺼기들을 여과시키고 추스르는 과정에서 '후회'라는 테마로 몇 글자 끄적여 보았다.

얼핏 보기엔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하고 지저분한 모습도 내재되어 있는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날이다.

아무쪼록 강건하고 단단해지고 싶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고자 한다.

암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대기 중인 아버지가 촬영해 보내주신 보훈병원의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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