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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08. 2024

[영화리뷰]-<기생충>

*돈에 휘둘리는 차별을 넘어서 더불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 이 영화리뷰는 영화<기생충> 2019년 개봉당시에 관람하고 작성해 놓은 원고인데, 2024년 2월에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재개봉 행사에서 <기생충> 재상영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생각이 난 터라 뒤늦게 업데이트하게 되었습니다.

어이없고 황망하게 고인이 되어 버린  너무도 아깝고 안타까운 故이선균 배우님을 회고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



*돈에 휘둘리는 차별을 넘어서 더불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은 여러가지 지적 수단을 발전시켜 왔지만, 감정과 심리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워렌 버핏


▶영화소개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출처:네이버 영화소개)


▶영화 기본정보

개봉 - 2019.05.30.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 대한민국

러닝타임 - 131분

배급 - CJ ENM

감독 - 봉준호

주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박서준


▶[영화리뷰]-<기생충 : PARASITE, 2019>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과 훌륭한 배우들/스텝들에 힘입어 탄생한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은 데다가 디테일한 재미와 사회풍자적인 메시지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작품성은 물론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의 프로패셔널한 실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저세상 수준이라는 것을,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하여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상을 수상한 결과가 방증해 주는  듯하다.

영화 <기생충>은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의 유명세가 무색해질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와 인정을 받게 되어 상 받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인 상황이 현실로 전개되고 있으니, 이토록 대단한 영화를 절대 놓치면 안 되지! 열일 제치고 무조건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극장을 찾게 되었다.

사실 유럽에서 통했다고 하는 만큼 내용이 다소 난해하거나 우리 정서에는 이질적이고 파격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였고, 잘 집중해서 보면 재미와 의미와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영화였다.

영화라는 게 본디 현실과 비현실을 예술적 요소와 재미와 흥미를 균형 있게  잘 엮어놓은 것일진대,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지극히 현실적인데 동시에 대단히 비현실적이기도 한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점이 바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인 듯하다.


나는 봉준호 감독의 데뷔 연출작인 <플란다스의 개>부터 시작해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 그의 전작들을 대부분 보았다. 딱히 팬심이 컸다고 말할 수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가 개봉될 시기에 극장에 가서 관람할 영화를 선택할 때면, 자연스럽게  끌렸던 작품들이 봉감독의 영화였던 듯하다. 봉준호 감독의 여러 작품들을 볼 때마다 인간과 사회의 민낯에 대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리고 매우 자세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조금의 가식이나 꾸밈도 없이 원초적인 표현까지 꺼리지 않을 기세로  인간성의 근본과 심리의 깊은 밑바닥까지 자연스럽게 확인시켜 주는 듯한 그의 영화들을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공감이 되었다. 또한 너와 내가 내면에 어쩔 수 없이 장착하고 있는 모순,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한계와 부끄러운 모습들을 되돌아보고 인정하게 된다는 게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부터 파생되는 신기한 결과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사회고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질을 인지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먹먹함이 깊게 밀려와 그 여운이 꽤 길게 남았었다.

[기생충] 역시 그간의 봉준호 감독 작품들과 결을 같이 하고 있었다.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숙주와 기생충에 대입시키고 가족이라는 장치를 활용하여, 유머와 서글픔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잘 융합시킴으로써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씁쓸함을 남기는 수작이었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출연 배우 모두 캐릭터 자체가 배우 자신인 듯한 연기도 참 좋았고, 생각할꺼리도 많이 주어지는 서사라서 러닝타임이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뭔가 애잔하게 만들고, 웃으면서도 살짝 슬픈 느낌이 동시에 느껴져서 감독의 내공이 상당하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빈부격차와 계층 간의 모순, 진실과 가식이 혼재된 채 속고 속이며 엉망진창인 세상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삶을 풍자하는 것으로, 어찌 보면 시사하는 바가 간단명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 몇 줄로 요약하기에는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너무 많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만큼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이 무궁무진하다.

부잣집을 타깃 삼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편법으로 스며 들어가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짜내어 부자가 가진 것을 탐하고 빼앗으려 고군분투하는 빈곤한 자들의 모습이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모양새가 실소를 자아낼 만큼 웃기다 못해 어처구니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위트 있게 풀어내는 이야기 전개가 너무 웃겨서 키득거리면서도, 그 웃음의 뒤끝이 씁쓸하여 슬픈 마음이 올라오게 하여 묘한 감정의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사기를 치는 데에 세상 진지하였고 속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 나름의 진심을 다했던 그들의 절박한 심정이 이해가 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을 스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영화 속에 들어앉아 깊은 상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인간을 해방시켜 줄 수 있다고 믿게 되는 때가 많은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사실 돈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면을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장착하게 만들면서 갈수록 견고한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거리를 더더더 크게 만든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역학 관계로 작용하고 있는 돈에 휘둘리지 말고 차별을 넘어서 더불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느꼈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빈부격차가 확장되고 균형이 깨진 채로 차별과 혐오, 피해의식이 확대/재생산되는 가운데 사람 간의 믿음이 유지될 수 없는 사회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이렇게 나가다가는 궁극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불행해지는 파멸의 길로 가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보인다. 그것이 직면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잘 알게 해 준 의미 충만한 영화였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불륜이나 폭력 같이 크게 자극적이거나 혐오적인 것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유머코드와 휴머니즘 같은 것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움을 준다는 게  참 좋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봉준호 감독의 색깔이 잘 묻어나 있어서 역시나 봉준호! 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인상적인 연기를 꾸준히 보여준 송광호 배우의 생활연기/진실연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다수에 송광호배우가 주연을 맡고 있는데, 아마도 송광호배우가 봉준호감독의 페르소나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내멋대로 해석에 기반한 확신이 들기도 한다. 봉감독이 칸에서 수상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송배우에게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고 헌정하는 장면이 기사화되기도 했었는데, 이 한 장면으로도 그 둘의 관계가 얼마나 서로를 경애하고 존중하는 사이인지를 가늠해 보기에 충분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품고 그것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까 싶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나라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명작으로 남았다. 국내에서 동원된 엄청난 관객수는 소소하고 무색할 정도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글로벌한 팬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칸 영화제,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 등 일일이 손꼽을 수도 없는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영화 요소의 각 분야별로 많은 상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감독과 영화인들에 의해 탄생한 창작물인데 이렇듯 세계적인 명작으로 우뚝 선 것을 보더라도, 이 작품이 던져주는 지극히 한국적인 메시지가 전 세계 인류에게도 보편타당한 것이기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인들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갖가지 폐단에 봉착한 현재의 모습을 깊이 깨닫고 뒤돌아보면서, 오류를 수정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라고 느껴졌다.  좀 더 나아지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희망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여러 이유로 호감과 애정을 갖고 관람한 영화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기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좋을 영화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끝으로 분야를 망라하여 인간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주는 예술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모든 창작자들에 대한 경의를 늘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 제작에 협업한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더불어 오늘 김포공항 롯데시네마에서 함께 조조로 영화를 관람하고, 이어 브런치를 함께 하며 영화 감상 나누기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꽉 채운 즐거운 수다를 같이 즐긴 참 좋은 영화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김포공항 활주로 뷰가 멋진 뒤풀이 공간을 예약해 주신 영화 친구님께 스페셜 땡큐!를 보낸다.


▶인상적인 메시지

가장 완벽하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냄새가 선을 넘지.

몰라. 가끔 지하철 타다 보면 나는 냄새 있어.

반지하 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부자니까 착한 거지.

이 집 사모님이 참 순진해, 착하고. 부자인데 착하다니까?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 뭔 소린지 알아?

다리미야, 다리미. 돈이 다리미라구. 구김살을 쭈~욱 펴줘.

당신은 바퀴벌레야 불빛이 켜지면 숨어버리는...

나가는 순간 깨달았지. 내가 갈 곳이 없다는 걸.

✔경찰 같지 않은 경찰, 의사 같지 않은 의사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아버지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실전은... 기세야.

나 잘 어울리냐고, 여기.

야, 이거 진짜 상징적이다.

그래도 사랑하시죠?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그게 베스트인 것 같아요.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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