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도시가 아닌, 비교적 소도시라고 여겨지는, 외국의 어느 한 도시에 살고 있다.
여태 이곳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건, 외부로부터 이곳으로 와 사랑하는 사람은 잘 없다는 것.
여가시간에 즐길 거리가 지극히 적은 이곳이라서일까.
하루는 여름이었다가, 바로 다음날은 겨울이 되어버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
자신의 한계를 반복적으로 느끼며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야만 하는 환경 때문일까.
내가 만난 한국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났다.
그들은 갖가지 이유를 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별로라고, 이곳 날씨가 별로라고, 그리고 환경이 별로라고.
그들도 처음엔 좋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어서 남았을 텐데, 떠날 때 보면 이곳에 진절머리가 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 마음이 너무 여려서일까.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치 내가 부정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특히나 이곳 사람들에게 질려 떠나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이곳을 사랑하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만족하며 지내는데.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고 특이한 사람도 종종 있다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마치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이곳에 사는 모두에게 질려버린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떠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들도 그들의 취향이 있기에 이곳의 어떤 부분이 안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 나는 어떤 것이라고 여겨지는 걸 직접 목도할 때마다 조금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하루는 훈훈했다가, 다음날은 선선한 이곳 날씨가 좋고,
적당한 저녁 시간에 대다수의 상점이 문을 닫는, 밤다운 밤이 있는 이곳이 좋고,
그리고 다른 문화를 다양하게 배워갈 수 있는 이곳이 좋은데.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감히 이 말은 할 수가 없다.
그저 여태 많이 힘들었겠구나, 마음속으로 홀로 이해하는 척할 뿐.
떠나간 이들은 각자만의 모양으로 잘 산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과는 별개로 부디 그곳은 그들이 원하던 곳이길 바라기도 한다.
동시에 속으로는 당신이 별로라고 느끼는 이곳이 내게는 정말 좋은 곳이라는 걸 소심하게, 그들에게 생각으로만 전한다.
만약 다음에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이 있으면, 너무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아 주기를.
그곳에 속한 사람들 모두가 이상하다고, 이곳에 대한 모든 부분이 다 싫다고, 그리고 지긋지긋하다고는 말하지 않기를.
그걸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엔가에 존재하고, 그런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여겨주지 않기를.
떠나간 당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나처럼, 남겨진 나의 마음을 조금만 존중해 달라고.
아주 조금 미련해 보일 수 있는 진심을 속으로만 남겨본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너무나도 미워하는 당신의 앞에서는 감히 당당하게 내 생각은 다르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사람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