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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Oct 17. 2023

나로 사는 게 피로하다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조금 깔아지는 날이 오면, 나는 나로 사는 데 깊은 피로를 느끼고는 한다.

사회에서 말하는 또 사회에서 원하는 전형적인 성격과는 꽤 반대되는 성격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그런가.


어떻게 해서든지 주류에 끼기 위해 발버둥 치던 어린 날의 노력이 끝난 지는 꽤 됐다.

한 번씩 외로움이 엄습할 때면 다시 가면을 쓰고 사회적인 사람인 척 연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나는 가면 대신 나 자신을 택하고는 한다.


남들보다 좀 더 섬세하고, 남들보다 좀 더 눈치가 빠르고,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때로는 삶이 남들보다 조금 더 고달프고 또 어렵게 느껴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게 왜 힘들어?’라고 느끼는 점에 힘듦을 느낄 때, 그리고 내가 힘들지 않은 점에 ‘그게 어떻게 안 힘들어?’라고 물어올 때에도.

이런 내가 피로하게 느껴진다.


내가 타인의 고충을 일일이 알지 못하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남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 내게는 노력해야만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인 게 느껴질 때.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피로한 삶을 견뎌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어쩌겠는가,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아도 내가 알아주면 그만이지 하고 말면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어려움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모두 이렇게 무던히 살아내고 있는 거야, 되뇌면서도 왜 내 삶이 남들보다 조금 더 고달프게 느껴질까.


우울과 불안 그리고 외로움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오는 날이면 마음이 어려워지며 내가 미워지면서도, 또 때로는 이 특이함이 특별함이라고 믿으며 반짝이는 면을 보기도 한다.


그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지.

나쁜 면만 있지 않고, 좋은 면만 있는 것도 없다.


삶이 피로하기에, 이 삶 너머에 있는 영원한 안식을 더욱더 바라게 되는지도 모르지.


오늘 살아낸 삶이 조금 더 고되고 지친 탓에 잡생각이 드는 거겠거니, 하면서 생각의 굴레를 접는다.

내일이 되어 힘이 좀 더 생겨나면, 이 피로함이 또 나를 향한 사랑으로 바뀌어질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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