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건너온 풍경과 가야할 길 사이

by 끝의 시작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단순히 다리를 건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한 시절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기도 하고

혹은 멈춰 서서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동시에 조망하는 깊은 성찰의 순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다리 위, 그 곳은 공간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마치 시간의 경계이기도 하여,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현재의 나를 비추는 울림을 준다.

넓고 또 긴 한강 다리를 건너며 옆으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쉼 없이 흘러가는 물줄기는 마치 시간을 닮았다.

격정적으로 휘몰아치기도 하고, 잔잔하게 주변 풍경을 비추기도 했을 그 시간들.


뒤를 바라보면, 익숙한 풍경 속에 내가 지나온 길의 흔적들이 진하게 남아 있다.

웃음과 눈물, 만남과 헤어짐, 성공과 실패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지금의 나를 조각했다.

군데군데 얼룩져 있기도, 어떤 곳은 반짝이며 빛나지만, 그 모든 질감들은 내가 걸어온 발자취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본 건너편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희미한 안개 속에 가려져 있기도 하고, 어느쪽은 선명한 윤곽이 있기도 하다.

다리 건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놓여져있을까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

건너온 길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의 풍경이 다르다. 그 때문에 더 특별하다.

양쪽의 풍경을 동시에 품에 안을 수 있는 귀한 장소.

또한 다리 한 가운데 멈춰 서서 먼 곳을 바라면 저 먼 곳에는 또 다른 세상과 또 다른 다리도 있다.

이곳에서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걸고,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잠시 숨을 고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리를 건너는 행위는 삶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며,

과거와 미래 사이의 아슬아슬한 현재를 살아가는 나.

오늘, 나는 또 어떤 다리 위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다리 위에서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으로 다음 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건너온 풍경과 가야 할 길 사이에서,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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