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by 끝의 시작

마트 모퉁이를 돌거나, 혹은 인터넷 쇼핑몰을 구경하다 보면, '이게 정말 이 가격이라고?' 눈이 번쩍 뜨이는 물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순간 솔깃한 마음에 살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 한구석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얘야, 싼 게 비지떡이란다."

옛 어른들부터 얘기해온 제법 묵직한 삶의 지혜 아니겠나.

싸고 좋은 것이라는 건, 마치 신기루처럼 우리를 유혹하지만, 막상 손에 쥐면 푸석한 실망감만 남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아주 가끔, 흙 속의 진주처럼 값싸고도 훌륭한 것을 발견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격표 뒤에는 그만한 이유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빠졌거나, 누군가의 정당한 몫이 제대로 지불되지 않았거나.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비지떡의 허전함은, 단지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삶에서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작은 경고일지도 모른다.

당장의 이득이나 편리에 눈이 멀어 덥석 물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들 말이다.

그리고 이 비지떡의 교훈은 엉뚱하게도 나를 거울 속 자 자신에게 안내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빚어지고 있는 걸까.

값싼 재료로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비지떡' 같은 존재는 아닐까.

아니면, 투박해 보여도 속이 꽉 찬, 진국 같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는 있는 걸까.

솔직히 쉽고 빠른 길로 가고 싶은 유혹을 얼마나 많이 느끼는지.

남들이 알아주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마음도 많이 간다.

하지만 결국 오래가는 것은, 묵묵히 쌓아 올린 내면의 단단함이라는 것을, 에 새긴 듯 모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세상의 평가에 나를 맞추려 하기보다, 나만의 빛깔과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든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내가 하는 생각, 내가 뱉는 말,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또 미래의 나를 빚어갈 진대,

그것들이 조금 더 진실하고, 조금 더 따뜻하며, 조금 더 의미 있는 것들이 되도록 매 순간 깨어 있으려 노력하는 것.

쉬운 유행이나 값싼 칭찬에 기대기보다, 조금 어렵고 더디더라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나 자신에게 매길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값’테다.

건물이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듯, 나라는 사람 차근차근 쌓아나가야한다.

꾸준히 나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려 애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낼 줄 아는 지혜를 배우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내는 동안, 나는 비로소 ‘비지떡’이 아닌, 나만의 맛과 향을 지닌 꽤나 괜찮은 떡이 될 수 있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헐값에 나를 내놓고 있지는 않은지.

당장의 달콤함에 취해 진짜 가치를 잊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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