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씨 May 28. 2023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최진영. 홈 스위트 홈. p21-22. 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식사할 때마다,  때마다 특별히 집중해서 보지도 않을 영상을 틀어놓게 되는 것은 아마도 작게 출렁이는 수면 위로 난반사하는 찬란한 빛이, 계절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속임 없이 보여주는 초록이, 주황과 빛바랜 갈색이, 바람에 흩날려 부딪히는 나뭇가지 잎들이 부딪혀 내는,  곳에서 들려오는 오페라 극장에 모인 오천명의 사람들이 내는 박수갈채와 같은 소리가, 바람이 지나가며 내는 작은 벌의 날갯짓 같은 윙윙거림이, 푸르고  멀리 점점  하얗게 사라지는 넓고 비어있는 하늘의 공간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아도 괜찮을 거라 위로해 주는 것들이 눈앞에,  옆에,  지금 여기에는 있을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것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된다면 매일의 식사가, 쉼이 어떻게 달라질까? 억지로 채워 넣지 않으려 해도 내면에서 채워지는 무엇인가가 어떤 영상보다도  하루를 충만하게 해주지 않을까?


최진영. 홈 스위트 홈. p27. 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매거진의 이전글 눈 감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