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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Apr 09. 2024

2024년 봄 벚꽃길이 동네에 펼쳐질 때

드디어 외투를 입지 않는 출근길이다. 어차피 짐은 새로 바꾼 아이폰, 가짜 이어팟(내 이놈의 지마켓 놈들), 그리고 카드 6개가 든 카드지갑이 전부이니깐 허리춤이 튼튼한, 주머니 두 개 붙은 바지를 입었다면 출근에는 아무 문제없다. 언제부터일까? 학생땐 배낭 하나, 크로스백 하나를 꽉 채우고 매일 등하교했는데 말이야. 인생의 무게를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책 한 권의 무게조차도 이젠 지겨워서일지 모른다. 처음엔 맨(?) 몸으로 회사 출입문을 들어서는 게 어색했는데 이젠 당연하게 느껴진다. 고고한 물리학 난제를 고민할 것도 아닌데 가방 따윈 사치, 정규분포 1 표준편차 내의 두뇌와 건강한 신체만 가졌으면 오늘날의 일엔 거의 문제가 없다. 종종 출퇴근길에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들고 갈 아이폰을 가지고 글을 쓰는 편이 에너지 효율적이다.


벚꽃 잎이 한참 바람에 흩날려 바닥에 가득 쌓이고 있는 요즘이다. 다행히 이번주 수요일은 선거일이라서 이틀만 징검다리 출근길에 오르면 된다. 일주일에 이틀정도면 나들이 느낌으로 다녀오기에 어렵지 않다 생각한다. 3일은? 연속해서 나가는 이틀이 조금 버겁다. 몸이 아주 정직한 것이 연속해서 출근하는 날엔 무조건 아침 세수할 때 코피를 줄줄 흘려준다. 내구도가 한참 떨어진 상태의 몸인 것이 눈에 보인다. 바닥에 떨어진 벚꽃 잎이 쌓인 형태를 보며 정규분포를 생각하는 수학 변태적인 성향은 내면화 됐나 보다. 어느 나무 아래 더 깔끔한 2차원 정규분포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일, 정규분포에서 벗어나 있으면 어떤 외력이 작용했는지 추측해 보는 일은 사뭇 별것 아닌 소소한 재미이다. 이건 벚꽃철 끝날즈음이 아니면 즐길 수 없다.


새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은 나쁘지 않다. 오늘은 왠지 연말 느낌 김수영 Good Bye를 반복재생해서 듣고 가는 중이다. 왠지 김수영의 노래들은 따라 부르고 싶은 느낌을 가득가득 안겨준다. 입을 꾹 다물고 입 속의 내가 폐에 비람을 가득 넣고 고래고래 열창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2024년 봄에 이 음악가를 알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된다. 지루한 한 시간 반여의 출근길을 나쁘지 않게 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더러운 인간들을 좁은 공간에서 마주쳐야만 하는 곤욕스러운 시간들이지만 말이다.


삼체 드라마를 봤다. 입자물리를 공부할 때 n-body problem을 배운 적이 있다. n x n 경우의 수의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무언가인데 재귀적인 상황들이 많이 보여서 컴퓨터로 풀면 되겠네 하고 넘겼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입자물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고 당시에는, 지금은 그래도 조금 재밌게 보인다. 여하튼 드라마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온, 중국 sf소설 원작인 작품인데 제법 과학의 실제와 xr로 그 너머를 잘 결합해서 보여주고 있어 있음 직해서 두려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누군가에겐 인터스텔라처럼 지루하기 그지없는 내용일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댄브라운 소설 원작 천사와 악마 정도? 댄브라운의 소설 중 읽지 못한 마지막 한 작품을 올봄이 가기 전엔 꼭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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