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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씨 Apr 16. 2024

가기 싫어

봄 비 오던 날 바지 밑단을 두 번 걷어 올리고 올라탄 지하철에서

홀로 오르게 된 지하철이라 용기를 내어 몰래 찍어본, 아무도 없었으니 몰래는 아니지만, 내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3분의 1쯤 닫힌 힘없어 보이는 눈, 무표정한 아니 조금은 언짢은 것에 가까워 보이는 약간은 양 끝이 쳐진 입술, 지난밤 면도했지만 벌써 자라 거뭇해진 턱, 화내기도 지친 것 같아 보이는 이제는 평평해진 눈썹.


무표정 무감정 무욕 무의지 무희망 한숨


그래도 끝끝내 붙들고 있는 유선 이어폰은 왠지 음악이 흘러나오진 않고 그저 세상과 격리되고 싶은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사진이 나라서 그 마음이 보이는 건지, 다른 이가 봐도 그렇게 보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니 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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