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된 마음에 드리울 햇살은 이젠 없을지도
드문드문 기억나지만 윤곽정도?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전혀.
저기 횡단보도에 모여 등굣길이란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얘기하고 장난치는 저 애들은 30년쯤 뒤에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할까? 뭐가 그리 웃긴 얘기였는지, 아니 친구들 이름도 까맣게 잊겠지.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 그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겠지 어른이 아니니깐 기억도 안 날 대화를 하며 등굣길에서조차 해맑게 웃을 수 있겠지, 생각하면 이제껏 지나간 시간쯤 먹다 떨어뜨린 과자 한 조각 정도로 여긴 내가 좀 부끄러워진다. 그건 쿨한 것도 진보도 뭣도 아닌 그냥 멍청이일 뿐.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했던 거니.
카더가든 앨범 C 수록곡 ‘의연한 악수’를 듣다 바라본 출근길 스쳐가는 아이들의 웃음엔 이제 나에겐 결코 주어지지 않을 보물이 간직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