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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 Nov 21. 2024

ChatGPT, 노코드툴. 개발자들을 몰아낼까?

도구와 결혼한 개발자들

개발 도구는 80여 년 세월 발전한 컴퓨터 공학 역사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변화해 왔다. 고전적 기계식 태엽장치, 엄청난 발전을 이룬 천공카드의 시대를 지나 반도체, 바이너리를 기반으로 한 고수준으로 추상화된 현대식 프로그래밍 언어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공학 역사 속에 개발자들은 늘 있어왔고 그들은 지금과 똑같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른 도구적 한계가 점차 희미해진 지금까지도 말이다.


현대의 개발자들은 도구적 '한계'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지닌다. 발전된 CPU, GPU의 엄청난 연산속도로 인해 아무렇게나 로직을 구현해도 잘 만든 것처럼 빠르게 결과를 보여준다. 가비지 컬렉터에게 모든 걸 맡겨도 리소스 부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한 거대한 용량의 메모리가 확보되어 자료구조, 탐색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아무것이나 사용해도 애플리케이션 사용의 과정 중 메모리 부족으로 인한 경계선 문제를 볼 일이 거의 없다. 현대의 개발자들은 걱정 없이 가벼운 아이디어로 속시원히 개발을 해낸다. 빠르게 해낸다.


이만큼도 굉장히 빨라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더더욱 흐름을 빠르게 할 GhatGPT가 도구로 등장했다. 이젠 '어떻게'에 대한 고민조차 불필요해진다. 대충 얼기설기 타이핑을 하다 보면 코드를 추천해 준다. 대충 알고 있는 지식으로 얼기설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노코드툴은 또 어떤가? 이젠 개발을 알 필요도 없다. 그냥 화면을 보고 드래그 드롭 하면서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하면 정적 페이지 서비스가 구현된다.


점점 더 알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어간다.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표면만으로 결과를 확인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되어간다. 수학자이자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기계식 태엽장치로 애니그마 암호를 풀어낸 앨런 튜링이 이런 현대상황을 보면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한다.


오, 이젠 아무것도 공부할 필요가 없군요?


극도로 추상화된, 극도로 고도화된 시대가 되었다. 일상의 대화로, 스티커 붙이기 놀이로 개발이 가능해졌다. 개발자는 사라질까? 내 생각은 'Yes'이다. 단, 단서가 붙는다. '도구와 결혼한 개발자'는 사라진다. 요즘 링크드인 리크루트를 보면 포지션명 자체가 'ChatGPT 개발자'인 경우를 보게 된다. 인공지능이란 단서가 붙어서이지 사실 이 포지션명은 'Flutter 개발자', 'React 개발자', 'Kotlin 개발자'와 같은 포지션명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모두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어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구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포지션이 '모바일 개발자',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로 바뀌어도 상황은 같다. 모바일은 Flutter, 프론트엔드는 React, 백엔드는 Kotlin이 마치 개발자와 1:1 대응하는 것처럼 여기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현대의 IT 업계는 도구만 적당히 다룰 줄 알면 개발자가 될 수 있다. 개발자 3개월 코스가 있다는 것이 이에 대한 증거이다. 소프트웨어 공학과 그 원칙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아닌 특정 영역의 개발 도구를 사용해서 얼마나 빠르게 결과물을 추출해 내는지만을 묻는다. 엄청난 속도로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형 생산라인에서 쉬지 않고 라인의 속도에 맞춰 일을 해낼 수 있는 인간 기계, 생활의 달인을 뽑으려 경쟁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에는 도구와 결혼한 개발자들이 절대다수이고 그들을 선발, 평가하는 사람들도 대다수가 도구와 결혼한 개발자들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이 무엇인지, 원칙이 무엇인지는 그들 인식의 지평선 너머에 존재한다. 


공장 생산 라인형 인재가 각광받는 분야는 2차 산업의 영역이다. 대표적인 것이 구로공단, 이미 공단은 사라지고 디지털단지가 된 그곳. 스스로 여전히 공장 생산 라인형 인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조직의 문화가 생산 라인형 인재가 되길 강요한다면 수년 안에 ChatGPT에, 노코드툴에 자리를 뺏길 것이다. 도구와 결혼한 개발자, 도구 없이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개발자라면 그냥 2020년대 잠시간 거쳐간 메이커일 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되지 못한 채 근 미래에 현대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잠시간의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나는, 나의 조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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