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마지막 일주일

by Hache

둘째 날, 언덕을 뛰어오르다 1분도 안 돼 지쳐서 걸었다. 한참 헉헉 거렸다. 계단을 오르자 운동장을 빙빙 돌며 달리기 중인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진즉 도착한 듯 가방은 벤치에 고이 뉘어 있었다. 가방을 벗고 함께 뛸까 고민하다 그냥 들어갔다.


셋째 날, 하루가 길었다. 불필요한 회의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아직은 남의 일 같아 그럴지도. 두 시간 늦은 퇴근은 30분 넘는 도로 정체를 만들었다. 스포티파이를 구독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넷째 날, 질병으로 결근한 이를 위해 한 시간을 대신했다. 주저리주저리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취향이 같은 이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알파 세대가 인디 음악이라니. 밤에는 귀여운 월급으로 옷 네 벌을 1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에 구입했다.


다섯째 날, 사무용 책꽂이를 삼천 원에 당근거래 해왔다. 에어팟을 끼우고 좋아하는 음악 믹스를 들으며 30분가량 아무 생각 없이 책꽂이를 닦았다. 등에 드리우는 아침해가 따뜻했다. 오후에 천변을 걷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늦은 오후에는 상점가에 가서 만 원짜리 도시락통과 만 원짜리 수저세트를 샀다. 저녁으로 먹을 냉동 피자는 오븐에 돌리다 태워먹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먹었다. 조금 우울해져 이번 겨울 교토 여행에서 가져온 레몬그라스 홍차를 타 마셨다. 내일은 새 안경도 맞춰야 한다. 이러다 귀여운 월급이 여름날 내린 눈처럼 쌓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조바심은,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음력1월1일